오세훈표 디딤돌소득 2년…근로소득 31% 늘고 경제활동 증가(종합)

연합뉴스 2024-10-07 16:00:34

지원대상 10명 중 3명은 근로소득↑·더는 지원 안 받는 탈수급도 8.6%

국제포럼서 정책성과 논의…2년차, 탈수급·근로소득 증가율 동반 상승

비근로가구의 근로 참여↑ '유인 효과'…오세훈 "기본소득은 대안 안돼"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 특별대담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오세훈표 소득보장 정책실험인 '서울디딤돌소득'을 지원받은 가구의 31%가량은 근로소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증가로 디딤돌소득을 더는 지원받지 않아도 되는 '탈수급률' 역시 상승했다.

서울시는 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을 열고 2년간의 정책 성과를 알렸다.

서울디딤돌소득은 전 국민에게 같은 액수를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중위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소득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형이며 가칭 안심소득으로 불리기도 했다.

시는 중위소득 50% 이하인 1단계 지원 대상 484가구를 선정해 2022년 7월부터 지원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는 2단계(중위소득 50∼85%)로 대상을 넓혀 1천100가구를 지원했다.

이날 포럼에서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서울디딤돌소득 정책 성과를 설문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다.

이 교수 발제 자료에 따르면 디딤돌소득 지원자의 탈수급률은 8.6%(132가구)로 전년 4.8%(23가구)보다 3.8%포인트 올랐다.

지원받은 가구의 31.1%는 근로소득이 늘었다. 전년 21.8% 대비 9.3%포인트 높아졌다.

수급 자격 박탈에 대한 불안감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경제 활동에 참여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원을 시작한 2022년 하반기에서 2023년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정책 효과가 더 커진 셈이다.

일을 하지 않는 이른바 '비(非)근로가구'의 근로유인 효과도 관찰됐다. 일을 하지 않는 가구 중 디딤돌소득을 수령 후 근로를 시작한 비율은 비교가구 대비 3.6%포인트나 높았다.

이 밖에도 디딤돌소득을 받은 가구들이 지원금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구는 늘어난 소득으로 일하는 시간은 조금 줄이고 그 시간을 돌봄에 할애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구주가 여성일 경우 이런 경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 디딤돌소득이 경제적 압박으로 인해 돌봄이 부족했던 가구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디딤돌소득은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으면 지원은 중단되지만, 수급 자격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실업으로 소득이 끊기면 다시 지원받는 식이다.

이에 소득이 늘면 지원 대상에서 아예 빠지는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달리, 근로 유인을 크게 해치지 않는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수급 가구 가운데 1인 가구가 고용률이 다수 상승하는 현상을 발견했다"면서 "(1인 가구가 아닌) 돌봄(노동)이 필요한 가구에서는 노동 공급이 줄었다"고 말했다.

서울디딤돌소득을 받지 않은 비교 가구를 설정해 조사한 결과, 디딤돌소득 지원 대상은 교육훈련비를 72.7% 더 썼다. 저축액도 비교 가구보다 11.1% 높았다.

서울디딤돌소득 포스터

포럼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뤼카 샹셀 세계불평등연구소 공동소장, 데이비드 그러스키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 교수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소득 보장제도를 주제로 특별 대담을 했다.

이어 샹셀 소장은 '21세기 불평등과의 싸움'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박기성 안심소득학회장을 좌장으로 하는 패널 토론에서는 오 시장, 그러스키 교수, 파시 모이시오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 연구교수 등이 참여해 서울디딤돌소득에 대해 논의했다.

'소득격차 완화를 위한 세계의 소득 보장 실험'을 주제로 그러스키 교수가 '소득 보장제도와 기존 제도의 통합 운영'과 관련해 강연했다.

루크 쉐퍼 미국 미시간대 사회복지학 교수와 로버트 조이스 영국 알마 이코노믹스 부소장 등이 각국의 소득 보장제도 현황도 공유했다.

오 시장은 "소득 상승과 근로의욕 고취라는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됐다"며 "서울디딤돌소득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도 '서울디딤돌소득,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를 향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서울디딤돌소득은 단순한 분배를 넘어서, 경제적 취약 계층에게 실질적인 자립의 발판을 제공하는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이 정책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은 다시 일어설 힘을 얻고, 그 힘으로 자립을 꿈꿀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기초생활보장 제도는 저소득층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한다는 의의는 있었으나 다시 일어서게 하지는 못하는 일종의 '늪'으로 작용한다는 한계가 분명했다"며 "이제 넘어진 사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자립을 돕는 '디딤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시장은 이날 발표 성과는 "1년 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복지의 틀에서 벗어나 자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일각에서는 기본소득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 모두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요? 이론적으로도, 실제 사례에서도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j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