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리스트 문태국 "바흐 무반주 모음곡 연주, 벌거벗은 느낌"

연합뉴스 2024-10-07 15:00:36

2집서 전곡 녹음…"인생의 전환점일 정도로 새로운 시도"

첼리스트 문태국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무대에서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호흡을 끌어 나가야 하므로 벌거벗은 느낌이 많이 들어요. 다시 한번 (첼로 연주를) 좀 더 깊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첼리스트 문태국(30)은 7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클래식클럽 스튜디오에서 열린 2집 발매와 리사이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첼로의 성서'라 불리는 바흐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을 연주해 담았다. 문태국은 2019년 데뷔 앨범에서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을 선보인 바 있다.

그는 "1집에선 어렸을 때부터 배웠던 곡을 (그냥) 연주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 전곡을 녹음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고 싶어졌다"며 "좀 더 바흐에 가까운 연주가 무엇일지 계속해서 고민한 멋진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바흐가 1717년과 1723년 사이에 작곡한 무반주 첼로 모음곡은 당대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가 13세 때 우연히 들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헌책방에서 악보를 발견한 뒤 12년간 연구한 끝에 세상에 선보이며 극찬받았다.

최고의 첼로 솔로곡으로 꼽히는 데다 세계적인 첼리스트라면 한 번쯤 도전하는 곡인 만큼, 문태국은 이번 도전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워너뮤직 측의 제안을 듣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됐다"며 "아직 어린 나이인데 이런 모험을 한다는 게 부끄럽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첼리스트 문태국

그는 이번 앨범에서 개성이 강하게 들어간 연주가 아닌 바흐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듣고자 했던 공간감과 자유를 표현하려 했다.

바흐의 원숙한 표현을 구현하기 위해 거트 하이브리드 현을 사용하고 바로크 활로 연주했다. 모음곡 5번에서는 첼로의 튜닝을 표준 튜닝과 다르게 연주하는 스코르다투라(변칙조율) 기법을 적용했으며 6번에서는 피콜로 첼로를 사용했다. 18세기에 주로 사용된 피콜로 첼로는 현이 5개로, 현대 첼로보다 1개 많고 크기는 더 작다.

문태국은 "크기가 현대 첼로보다 작다 보니 코드를 잡는 데는 용이했다"면서도 "현이 하나 더 있어 그동안 배웠던 모든 운지법을 다 바꿔야 해 고생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제가 1집에서 굉장히 정제돼 있고 부드럽고 깨끗한 소리만 추구했던 것 같더라고요. 이번엔 조금 더 자연스러운, 거칠 수 있지만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음색과 음악을 들려드리는 것도 음악가로서의 본분인 것 같아요."

익숙한 악기와 연주법을 버리고 새로운 시도 끝에 탄생한 앨범이지만, 문태국의 음악적 갈증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듯했다.

그는 "녹음 직후에는 70% 정도는 (목표한 소리에) 가까워지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후반 작업을 하는 동안 점점 더 내려가는 것 같다"며 "제 기준으로는 30∼40%가량 나온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고 했다.

"저에겐 이번 음반이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새로운 시도였어요. 만약 다른 곡을 연주했다면 바흐를 연주하는 것만큼의 열정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모음곡이 그냥 완벽하다고 정의하고 싶어요.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방대하면서도 지극히 개인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첼리스트 문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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