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피해배상 지원센터 발족…"당당히 피해사실 알려야"

연합뉴스 2024-10-07 12:00:31

1980년대 4만명 강제 수용…이만적 이사장 "국가가 책임 방기"

이만적(67) 삼청교육대피해자연합회 이사장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죄 없이 끌려간 사람들이 다수였어요. 지금도 길거리를 헤매는 수많은 피해자가 있습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거죠."

이만적(67) 삼청교육대피해자연합회 이사장은 삼청교육대 피해배상 지원센터 발족식이 열린 지난 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센터를 만들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울 종로구 경운동에 사무실을 연 센터는 피해자연합회와 법무법인 로웰이 뜻을 모아 설립했다. 삼청교육대 피해자들로부터 신고를 접수하고 이들이 국가 배상받을 수 있도록 법률지원을 해나갈 예정이다.

발족식 후 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 이사장은 "피해자들을 더 효과적으로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삼청교육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상임위원장을 맡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가 1980년 5월 사회정화정책의 일환으로 전국 군부대 내에 설치한 기관이다.

당시 국보위는 '불량배를 소탕한다'는 명목 아래 '삼청계획 5호'를 입안, 이후 계엄사령부 지휘로 군·경이 6만755명을 검거하고 이 중 3만9천742명을 삼청교육대에 수용했다.

그러나 폭력, 공갈, 사기 사범 등 불량배를 소탕한다는 당초 목적과 달리 경찰의 실적 경쟁 등으로 마구잡이식 검거가 이뤄졌고 노동조합 간부 등 사회운동을 하던 이들도 검거돼 인권유린을 당했다.

"길거리에 침 뱉었다고 끌려간 사람도 있고요. 농부들이 논에 물 대는 걸 가지고 말다툼하다 끌려간 사람도 있습니다. 아버지께 장가가는 데 돈 보태달라며 대들었다고, 택시 기사가 바가지요금 씌워 다퉜다고 가기도 했고요."

이만적(67) 삼청교육대피해자연합회 이사장

이 이사장은 피해 사례를 열거하며 "죄 없이 끌려간 사람이 다수였고, 죄가 있다 치더라도 교도소로 보낼 일이지 없는 법을 만들어 삼청교육대라는 곳에 끌고 갈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을 비롯한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은 1988년 피해자연합회 전신인 '전국삼청교육진상규명투쟁위원회'를 결성해 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2004년 삼청교육피해자법이 만들어졌지만 이 이사장은 "진상규명도 배·보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현행 삼청교육피해자법에는 국가가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해야 할 의무, 피해자 구제 시설 운영 등의 내용이 빠져있고 피해자 범위가 사망·부상자, 행방불명자에 국한돼있기 때문이다.

"4만명 정도가 잡혀갔는데 법이 만들어지고 피해가 인정된 사람은 3천여명밖에 안 돼요. 나중에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인정받은 인원도 800명 정도에 불과하고요. 국가가 진상규명을 해서 숨어 있는 피해자를 찾아내고 배·보상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 법에는 이런 내용이 모두 빠져있습니다."

아울러 삼청교육대 안에서 일어났던 '항쟁'에 대한 재조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삼청교육대 안에서 민주화운동이 엄청나게 많이 일어났어요. 일종의 항쟁이죠. 군부대와 대치하면서 총격전도 벌어졌는데 맨손으로 저항하다 죽어간 사람이 부지기수예요. 1980년대 민주화운동에는 광주항쟁만 있는 게 아니에요. 철조망 안에서 싸우다 죽어간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재조사도 이뤄져야죠."

이 이사장은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센터에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정권이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에게 '깡패'라는 누명을 뒤집어씌웠잖아요. 취직도 못 하고 빨갱이보다 더한 취급을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가족한테도 피해를 못 밝힌 사람이 많죠. 국가가 잘못한 것이니 밖으로 나와서 당당하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진상규명을 함께 요구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삼청교육대 피해배상 지원센터 발족식

stop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