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쉴 곳 없는 노동자…1만여개 사업장 휴게시설 의무 외면

연합뉴스 2024-10-07 10:00:30

의무화 후 2년간 위반 사업장 1천583곳 적발…과태료 7억원

서울 시내 한 대학교의 청소 노동자 휴게시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에 대해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법을 지키지 않은 사업장이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휴게시설 설치 의무 사업장임에도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이 1만250곳에 달한다.

미설치 시 제재 대상이 되는 전체 사업장 25만2천897곳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표본 실태조사에서 나왔던 미설치 비율 4.1%를 적용해 노동부가 추산한 수치다.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는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2022년 8월부터 시행됐다.

2019년 8월 서울대에서 근무하던 60대 청소 노동자가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계단 아래 간이공간에서 쉬다가 사망한 사건 등을 계기로 경비·청소 노동자들의 열악한 휴식 환경 문제가 잇따라 부각된 데 따른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상시 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과 청소·경비·배달원 등 7개 직종 근로자를 2인 이상 고용한 10인 이상 사업주는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휴게시설을 설치한 사업장 중에도 기준을 지키지 않은 채 허울뿐인 휴게시설을 둔 곳도 상당수였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가 법 시행 2년간 휴게시설 설치 위반으로 적발한 사업장은 1천583곳으로, 이 가운데 미설치로 적발된 사업장(100곳)보다 규모와 위치 등 설치 기준을 위반한 사업장(1천483곳)이 훨씬 많았다.

지역별로는 경기(207건), 서울(191건), 전북(181건), 전남(147건), 부산(103건) 등 순으로 적발 건수가 많았고, 공공기관의 위반 사례도 있었다.

위반 사업장 중 509곳에 총 7억1천370만원의 과태료가 적발됐다.

김태선 의원은 "휴게시설은 노동자의 쉴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임에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공공기관부터 휴게시설을 기준에 맞게 설치하는 등 정부가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