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극복' 1등 공신 산업단지…디지털·문화·워라벨 등 새로운 60년 준비

데일리한국 2024-10-07 07:30:00
대한민국 현대사의 1등 공신 산업단지가 새로운 60년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산단공 본사. 사진=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제공 대한민국 현대사의 1등 공신 산업단지가 새로운 60년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산단공 본사. 사진=한국산업단지관리공단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조성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마무리했다. 산업단지가 한국의 보릿고개를 극복한 개발경제시대의 중심축이라는 점을 부정할 이가 아무도 없다.

초창기 산단은 가난을 극복하는 게 핵심 과제였다. 하지만 이제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60년을 대비하는 새로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변화로 꿈틀거리는 현재 산단의 모습을 살펴본다. 

#1. 산단, 디지털·에너지 전환 중

설립 60년을 맞은 산단은 자동화, 정보화 등 디지털전환을 추구하는 동시에 석탄발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하며  탄소배출을 감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석탄발전소에서 나오는 검댕을 당연시하던 60년 전과 판이하게 다르다. 그때는 출근부 작성부터 월급봉투 인쇄까지,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궤도 작성에서 제품 하나하나 조립과정까지 일일히 노동자의 손이 필요했다.  

그러나 현재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바람에 종이와 펜이 퇴출되는 분위기다. 주먹구구식 공장운영도 옛말이다. 센서를 통해 자료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컴퓨터 서버에 저장한 후 엑셀이나 SPSS, R 등 각종 통계팩키지로 정확히 분석·예측해 다음 작업을 설계한다.

산단에 자동화 로봇을 들여온 것도 큰 변화다. 4족 로봇을 이용해 산업단지의 안전을 관리하는 동시에 공장 내부에선 로봇팔이 노동자를 대신한다.

산단에서 로봇을 들인 이유는 인건비 절감보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컴퓨터와 로봇, 즉 디지털 전환은 젊은이들이 지방에서 서울로 수도권으로 빠져나가 인력부족이라는 당면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다. 산단에 인력이 풍부했던 60년 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에너지전환도 산단이 추구하는 새로운 경향이다. 과거엔 시커먼 연기와 매캐한 냄새를 내뿜는 공장 굴뚝을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상징’으로 반겼다.

그런데 60년이 지난 현재는 더는 아니다. 산단은 공장 굴뚝에서 발생하는 검댕을 걸러낸 지 오래고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까지 잡는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산단은 지구온난화로 주목된 온실가스를 잡기 위해 태양광발전, 연료전지 등을 사용한다. 모두 60년 전에는 낯선 용어다. 현재 산단은 공장을 돌리면서도 물과 공기가 맑던 산업화 이전의 모습을 산단에 심으려고 애쓰는 모양새다. 

인천남동산단에서 진행된 시범사업 '문화가 흐르는 산단'의 결과물들. 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인천남동산단에서 진행된 시범사업 '문화가 흐르는 산단'의 결과물들. 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제공

#2. 산단 중심에 ‘문화’가 흐른다…자립청년 지원해 미래도 밝혀

문화공연이 펼쳐지는 산단도 60년 전엔 꿈꾸지 못했다. 당시엔 지금보다 노동시간이 훨씬 길어 노동자는 퇴근 후 자기 바빴고 사업주는 공장을 돌리기 바빴다.

하지만 이제 문화는 산단에 필수 요소다. 산단을 떠나는 젊은이들을 잡기 위해서라도, 또 산단에 거주하는 이들을 달래고 정서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서 산단은 문화를 심고 있다. 

산단공 서울지역본부는 G밸리 근로자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롯데시네마와 제휴 프로모션을 체결했다. G밸리에서 일하는 노동자 16만명에게 수도권 내 롯데시네마 직영점 55곳에서 1년간 영화 1만 원 관람권, 매점 할인, 10인 이상 관람 시 추가 할인 등의 혜택을 부여했다.

산단이 청년들에게 문화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특히, 자립준비청년들이 미래를 계획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채용설명회도 개최한다.

자립준비청년은 아동양육시설과 위탁가정의 보호를 받다가 18~24세 이후 보호가 종료돼 본격적으로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하는 청년을 말한다.

산단공은 경북지역본부에서 지난달 23일 ‘자립준비청년 대상 2024년 기관탐방 채용설명회’를 개최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공공기관 취업을 위한 채용정보와 직무적성 파악 등의 기회를 제공해 정보부족을 해소하는데 노력을 경주했다.

특히, 산단공은 올해 하반기부터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채용 가점제도도 신설해 채용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3 산단, 워라벨을 고민하다

60년 전 노동집약적이었던 산단에선 야근이 일상이었지만 현재 산단에선 효율적으로 일하고 저녁에 가족과 함께 보내는 ‘워라밸(일과 가정의 양립)’이 추구되고 있다. 워라밸을 Work-life balance의 약자다.

산단에서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일들이 자동화된 로봇이 담당하며 인력들은 효율적으로 일하고 저녁을 자신을 위해 보내거나 가족과 함께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 산단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욕구에 발맞춰 여러 워라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산단공 서울지역본부는 산단 60주년을 맞이해 입주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G밸리 위크 무비데이를 4~5일 이틀간 개최했다. 4일엔 ‘에어리언: 로물루스’, 5일엔 ‘필사의 추격’을 상영했다. 자리엔 G밸리 입주기업 경영자와 근로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산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산단공은 남동산단 근로자 120여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이 안전과 건강에 취약하다고 판단하고 외국인 노동자에게 한국어를 교육하는 동시에 건강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훈 산단공 이사장(오른쪽 끝)은 산단의 디지털전환, 에너지전환, 문화가 흐르는 산단,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산단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이상훈 산단공 이사장(오른쪽 끝)은 산단의 디지털전환, 에너지전환, 문화가 흐르는 산단,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루는 산단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