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1년] ②중동 역학 바꾸려는 이스라엘

연합뉴스 2024-10-06 07:00:32

가자지구 전쟁 계기로 '저항의 축' 무력화 노리는 듯

이란과 대결에서 우위 확보해 안보 불안요소 근본적 해결

이스라엘 국기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지난 1년간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치르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주축으로 하는 중동의 반미국·반이스라엘 무장세력 '저항의 축' 전체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군사작전의 고삐를 더 거세게 쥐는 이스라엘은 최종적으로 이란에 대해서까지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숙원과 같은 결심을 본격적으로 실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때부터 계속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중동 이슬람 국가와의 민족적, 종교적, 역사적 분쟁의 승패를 이번 전쟁을 계기로 압도적인 군사력을 동원해 결정지으려는 듯하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대대적인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은 국지전으로 그치지 않았다. 발발 즉시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지역에선 군사적 긴장이 순식간에 고조됐다.

하마스와 전쟁은 이란을 위시한 중동의 반이스라엘·반미 무장연대 저항의 축과의 대결을 의미했다.

북부 국경 넘어 레바논 남부에선 헤즈볼라가 로켓을 쏘며 하마스를 지원하고 나섰고 예멘의 반군 후티와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 등에서도 이스라엘을 겨냥한 공동 전선에 가담했다.

전투 상대는 역내 무장 조직이었으나 이스라엘이 보는 적은 저항의 축을 대리군으로 지휘하는 숙적 이란이나 다름없었다.

이스라엘은 예상을 깨고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을 폭격하고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하는 과감한 작전을 폈다. 이란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전쟁은 확대됐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시리아에서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과 관련 시설을 공습한 뒤 테헤란 내부 암살 작전으로 이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여 이란의 대응 방법과 강도를 '테스트'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란은 대사관이 폭격당한 뒤 4월과,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폭사한 이후 10월 미사일을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쏘는 보복 공습 작전으로 맞섰다.

미사일 발사가 사상 유례없이 대규모였긴 했지만 무선호출기 동시다발 폭발, 요인 암살 등 이스라엘이 구사한 작전만큼 정교하고 충격적이진 않았다.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란의 경제 체력도 상당히 허약해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시기적으로도 미국의 새 대통령이 취임할 내년 1월까지 이스라엘은 외부의 제어에서 벗어나 공세적인 안보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보복 공습에 대해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 이제 재보복을 선언한 것은 이런 조건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스라엘의 최우선 목표는 지리적 인접성과 견고한 전력으로 이스라엘을 가장 직접적으로 위협해 온 헤즈볼라의 무력화라고 할 수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군 국방장관은 레바논을 대규모로 폭격하는 '북부의 화살' 작전을 선언한 지난달 23일 "헤즈볼라가 20년간 쌓아온 것들을 파괴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와해는 이란과 역내 패권 경쟁에서 확실한 큰 성과다.

그러나 레바논을 가자지구처럼 이스라엘이 점령하거나 고립시킬 수 없는 일이어서 이스라엘의 이런 목표가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 영토를 점령한다면 그만큼 이란의 헤즈볼라 지원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이 이를 염두에 두고 레바논 침공으로 헤즈볼라를 약화하고 남부의 땅굴 등 공격 기반을 파괴하는 수준에서 작전을 마무리하고 철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