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어린이정원 조성·행사용역 66%가 경쟁없는 '수의계약'

연합뉴스 2024-10-06 07:00:20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조성…野 복기왕 "급조 위해 땜질계약 남발했나"

LH "경쟁계약 비효율적인 4억원 이하 공사는 수의계약 가능"

대통령실 앞을 배경삼아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함께 추진된 용산어린이공원 관련 민간 위탁 용역사업의 66%가 경쟁 없는 '수의계약'으로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정원이 급하게 조성되면서 사업을 위탁받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땜질식 계약'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6일 LH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복기왕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9월까지 LH가 발주한 용산어린이정원 관련 용역계약 187건 중 123건(66%)이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연도별로 따져보면 2022년에는 61개 계약업체 중 45개(73.8%), 작년에는 80개 중 46개(57.5%), 올해는 46개 중 32개(69.7%) 업체가 입찰 경쟁 없이 설계, 공사, 행사 개최 용역 등을 따냈다.

수의계약을 통한 용역 내용은 석면조사 및 위해성 평가, 석면 해체제거, 옥외 지상 유류 탱크 세척, 환경정비, 우수관로 설치 등이다.

계약금 총액은 51억1천만원이다. 경쟁 입찰 계약금이 730억2천6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비교적 작은 규모다.

LH는 수의계약을 맺은 용산어린이정원 용역은 '계약의 목적 성질 등에 비춰 경쟁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로, 4억원 이하 건설공사 또는 2억원 이하 전문공사 등'(국가계약법 시행령)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기념식수하는 윤석열 대통령 내외

실제로 수의계약 건별 사업비를 따져보면 187건 가운데 115건이 1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소규모 공사나 설계다.

그러나 계약 금액이 4억원이 넘는데도 수의계약을 맺은 용역도 있었다.

반환부지 환경개선을 위한 조경공사(2022년·7억4천635만원), 반환부지 시범개방 행사 대행 용역(2022년·10억2천673만원) 등이다.

임시개방 행사 대행의 경우 2년 연속 수의계약으로 업체가 선정됐다.

A업체는 2022년 6월 20일부터 7월 14일까지 10억원짜리 시범개방 행사를 맡았고, 작년에는 임시개방 행사 진행을 목적으로 B업체가 1억9천76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복기왕 의원은 "2022년 5월 미군으로부터 용산기지 부지 일부를 반환받은 뒤 사업 계획을 면밀히 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 위탁 사업을 맡은 LH가 수의계약을 무더기로 남발하며 어린이정원을 땜질식으로 조성한 것 아니냐"며 "밑그림 그릴 새도 없이 색칠부터 해야 했기에 그간 지켜오던 원칙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계약은 경쟁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게 원칙이며, 이를 통해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국가사업의 완성도가 보장될 수 있다"며 "LH가 보다 높은 책임감을 갖고 위탁 업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용산어린이정원은 부분 반환된 미군기지 부지를 공원화한 곳으로, 용산 대통령실과 붙어 있어 대통령이 참석하는 여러 행사가 개최돼왔다.

어린이정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이후 기자회견에서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수십만 평 상당의 국민 공간을 조속히 조성해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것의 후속 조치다. 정부는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은 58만4천㎡ 용지 중 약 30만㎡에 조성해 임시 개방했다.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