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역대 No.1 추신수의 은퇴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2024-10-05 06:00:00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1일. SSG 랜더스와 kt위즈간의 5위 결정전. 전날인 9월30일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홈팬들에게 대타로 나와 마지막 인사를 했던 추신수(42)가 깜짝 대타로 등장했다. SSG가 3-4로 역전당한 직후인 9회초 1사 1루에 나온 추신수는 삼진을 당했다.

바로 이 타석이 ‘현역 선수’ 추신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이미 어깨부상이 심해 20일간 결장했던 선수가 전날 마지막 인사를 하며 작별을 한 줄 알았으나 5위 결정전 마지막 순간까지 믿음을 받을 정도로 추신수는 위대한 선수였다.

한국 야구 역대 No.1 선수라 해도 부족함 없는 추신수의 위대했던 경력을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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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했던 메이저리그 16년

훗날 한국 야구를 이끈 1982년 개띠(이대호, 오승환, 정근우, 김태균) 동기들 중에서도 고교시절 추신수는 특출났다. 동기들과 나선 2000년 세계청소년선수권 MVP로 메이저리그팀들의 관심을 받은 그는 137만달러에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며 2001년부터 미국에서 활약했다.

2005년 첫 메이저리그 승격까지 5년간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버텼고, 2008년부터 메이저리그에 본격 정착하기 전까지는 7년간 고생이란 고생은 다한 추신수였다. 시애틀에서는 당대 최고 타자였던 이치로 스즈키가 동포지션인 우익수에 있었기에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으나 2007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로 트레이드된 이후 2008시즌 94경기 타율 0.309를 기록하며 메이저리거로 자리잡았다.

이후 활약은 눈부셨다. 2009, 2010시즌 연속해서 타율 3할에 20홈런-2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전형적인 ‘5툴(정확성-힘-속도-어깨-수비)’을 갖춘 선수로 메이저리그 어느 팀을 가도 주전을 차지할 수 있는 수준의 선수로 성장한다.

특히 FA 직전시즌인 2013시즌 시작전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돼 21홈런-20도루를 기록하는 건 물론 출루율 0.423에 볼넷 112개로 내셔널리그 전체 출루율 2위, 볼넷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활약에 힘입어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맺으며 FA대박을 친다. 11년이 지난 지금도 이 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는 한국 선수 역대 최고 계약(2위 이정후 6년1억1300만달러)이다.

물론 텍사스에서 FA계약 기간 동안 부상과 부진으로 아쉬운 모습은 보였지만 2015년 22홈런으로 팀의 지구우승과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고 계약 후반인 2017~2019년 3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린 건 물론 2018시즌에는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될 정도로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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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에 온 KBO리그, 클래스를 보여주다

텍사스와 7년 계약이 끝난 후 SK에서 SSG로 바뀐 랜더스를 통해 KBO리그에 복귀한 추신수. 39세의 나이였음에도 첫 시즌부터 21홈런-25도루에 출루율 0.409의 무시무시한 성적을 기록한 추신수는 이후 타율은 부족해도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정상급이었던 선구안을 통해 4시즌 동안 통산 출루율 0.388이라는 ‘클래스’를 보여줬다.

동기 이대호, 김태균 등이 은퇴를 했음에도 자신은 현역으로 뛰며 SSG 팀리더로써 선수들을 다독였고 결국 은퇴시즌에도 SSG를 5위 결정전까지 이끄는데 기여했다.

KBO리그에서는 4년밖에 뛰지 않은 선수임에도 추신수는 시즌 막판 마지막 원정경기가 되는 팀들의 경기에서는 팬사인회가 열릴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원정팀 선수가 전구단 팬사인회를 여는 신기한 광경은 추신수이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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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 한국 야구 역대 No.1

한국 야구 역대 최고의 선수를 묻는다면 몇 명의 후보군이 나올 수 있다. 선동열, 최동원, 박찬호, 류현진, 이승엽….

누구나 의견은 다르고 존중하지만 추신수는 국내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뛰다보니 유명세가 덜할 뿐 한국 야구 역대 최고 선수로 뽑혀도 당연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선수의 종합 성적을 나타내는 지표로 각광받는 bWAR(대체선수 이상의 승수)에서 메이저리그 통산 34.6을 기록했는데 추신수(16시즌)보다 메이저리그에서 한시즌 더 뛴 박찬호(17시즌)가 18.1, 10시즌을 뛰고 사이영상 투표 2,3위까지 올랐던 류현진이 18.9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 레벨인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뚜렷한 활약을 한 또 다른 한국 선수인 박찬호-류현진 WAR을 합쳐야(37) 근소하게 추신수(34.6)를 넘을 정도라는 것.

류현진이 최고투수상인 사이영상 투표 2위, 3위를 기록하며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긴 했지만 투수도 득표 가능한 MVP 투표에서는 13위가 최고였다. 하지만 추신수는 2013시즌 MVP투표 12위에 올랐고 이는 여태 한국 선수가 기록한 가장 높은 MVP 순위다.

2010년대 중반, KBO리그에서 최고 활약을 한 한국 선수들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며 ‘메이저리그 진출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두 시즌 연속 52홈런 이상을 때린 박병호는 딱 3개월 메이저리그에 있다 마이너리그로 강등된 후 돌아왔고, 2011시즌 투수 4관왕에 MVP였던 윤석민은 메이저리그에 오르지도 못했다. 황재균은 2018시즌 4년 88억원의 거액에 kt와 계약했는데 직전시즌 메이저리그서 18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이 선수들이 못했다는 게 아닌 그만큼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다는 의미다. 그런 곳에서 추신수는 16년을 버틴 것 그 이상으로 뚜렷한 업적까지 세웠다.

추신수는 지난 9월 오타니 쇼헤이가 홈런기록을 넘기 전까지 아시아 선수 역대 최다홈런(218홈런) 기록 보유자였고, 아시아 선수 최초 20홈런-20도루의 기록도 가지고 있었다. 16년간 메이저리그 통산 출루율이 0.377로 그 대단했던 데릭 지터(0.377)와 동률이며 알버트 푸홀스(0.374)보다도 앞설 정도다.

물론 과거 대단했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면 더 뛰어났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가정일 뿐 스포츠에는 가정이 없다. 추신수는 그 가정을 뛰어넘어 현실로 증명했다.

세계 최고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멀리, 그리고 가장 높게 날아오르며 가정을 현실로 증명한 추신수는 한국 야구사 최고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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