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다툼 '분수령'…주가 75만원이 '관건'

뷰어스 2024-10-05 05:00:01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이 4일 분수령을 맞는다. 이날은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연합의 공개매수 마지막 거래일인 만큼 고려아연 주가 등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영풍정밀 지분 경쟁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이날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심사한다.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될 경우 MBK 입장에서는 향후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MBK의 경영권 인수 의지가 달라질 수도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는 이날 종료된다. 고려아연도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함께 이날부터 23일까지 총 3조1000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자사주를 주당 83만원에 공개매수해 대항에 나선다.

MBK와 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75만원이다. 즉 시장가격이 75만원을 넘어설 경우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할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2일 종가 기준으로는 71만3000원이었지만, 이날 오전 9시30분경 기준 75만6000원을 기록하며 75만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대로 75만원을 넘어선 채로 마감할 경우 주주들은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대신 23일까지 진행되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3만원이다.

이 경우 MBK 측이 추가로 공개매수 가격 상향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추후에 엑시트 시 수익금이 줄어들 수 있고 현재 자금 사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MBK 측은 이날 주가 흐름을 보고 2차 가격 상향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고려아연 공개매수 최종 결과는 4일이 아니라 6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거래일은 4일로 종료되지만 실제로 공개매수 거래일은 6일이기 때문. 공개매수 가격 정정신고는 장 마감 이후나 주말에도 제출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공개매수가 추가로 10일이 연장된다.

MBK 측이 가격을 추가로 올릴 경우 고려아연도 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고려아연은 3조1000억원을 조달했는데, 금융권에서 추가로 1조5000억원 규모를 조달할 여력이 있다.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도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 사안 중 하나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MBK·영풍 연합은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높인데 이어 이번엔 3만원으로 상향한다. 앞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주당 3만원으로 대항공개매수에 나서자 같은 가격으로 올려 맞붙는 것이다.

정부의 고려아연의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심사 여부도 이날 진행된다. MBK 입장에서는 향후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만큼 주목되는 사안이다.

이날 산업부는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의 전구체 관련 보유 기술에 대해 신청한 국가첨단전략기술과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 안건을 심의한다. 이날 고려아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이되면, 고려아연이 해외에 매각되는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MBK가 중국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추후 매각에 나설 경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고려아연과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돌입했다. 고려아연은 “양사는 주당 83만원에 최대 18%의 지분을 취득한다”며 “최소 매입수량 조건이 없는 만큼 투자자들은 추후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위험을 질 필요 없이 보유 지분 전량을 고려아연에 매각할 수 있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향후 취득한 자기주식 전량(최대 지분 15.5%)을 소각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최윤범 회장은 지난2일 기자회견에서 "자기주식 매입 결정은 회사와 주주, 임직원, 협력업체를 지키고 지역사회와 국민 여러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결정"이라며 "취득한 자기주식은 향후 전량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고려아연은 “자본시장법과 상법 등에 따르면 현재 고려아연이 취득할 수 있는 자기주식 규모는 최대 6조987억원”이라며 “대법원은 기업이 차입금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명백하게 판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