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표 의도 있어"…'김건희 특검법'에 늘어난 與이탈표

데일리한국 2024-10-04 17:48:23
의원총회서 발언하는 한동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의원총회서 발언하는 한동훈 대표.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에서 단 '6표 차'로 최종 폐기되면서 여권에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똘똘 뭉쳐 야권발(發) 특검법을 부결시켜 온 국민의힘 단일대오의 균열이 드러나면서다. 국민의힘은 애써 당혹감을 감추고 있지만 특검법 저지 동력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 요구한 '김건희·채상병 특검법'과 '지역화폐법' 등 3개 법안은 4일 국회 본회의 재표결에서 모두 최종 부결됐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이 모인 '김건희 특검법'은 총투표수 300표 가운데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1표, 기권 1표로 부결됐다. 지난 21대 국회에 이어 두 번째 폐기다.

국민의힘 의원 4명이 '이탈표(찬성‧기권‧무효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단일대오 전선에 금이 간 것이란 평이 나온다. 실제 지난 12월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총투표수 281표 중 찬성 171표, 반대 109표, 무효 1표) 당시와 비교하면 여당의 이탈표는 급증한 것으로 추정된다.

◇ 與 "이탈표 없다" 자신했는데 '4표 이탈'

국민의힘은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이들 법안을 당론으로 부결 폐기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특히 당내 소란이 일었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표 단속에 총력을 기울여 온 것으로 전해졌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간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웬만하면 '무효표'도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추 원내대표는 이탈표 가능성 질문에 "이탈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해왔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추 원내대표의 당부에도 무효표가 나온 것이라면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생한 이탈표가 단순 실수가 아닌 다른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추 원내대표는 특검법 부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탈표 4표를 예상했나'라는 질문을 받고 "우리가 모든 108표를 공개 투표로 의사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에 관해서 얘기할 수 없다"라며 "오늘 표결을 해서 총의를 바탕으로 한 우리가 이번 (특검법 등을) 부결시킨 것에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또 '당론으로 (부결을) 정했는데 이탈표가 나왔다'라는 질문에 "단일대오는 여전히 확고히 유지되고 또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 친한계 분노 이탈표로 향했나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특검법 재의결을 막기 위해 관리해야 할 이탈표는 8표였으나 이중 절반인 4표가 이탈했다. 이를 두고 김 여사를 향해 성토를 쏟아온 친한계의 분노가 표출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친한계에선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이어 공천·전당대회 개입 의혹 등이 불거진 데 대해 특검법 재표결 전 "김 여사의 공개 사과"를 촉구해왔다. 특검법이 부결된다할지라도 여론이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재발의에 나선다면 더 이상 방어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김 여사가 배후로 거론되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의 ‘한동훈 공격 사주’ 의혹이 친한계를 자극했다는 해석도 뒤따랐다.

결국 당내 이탈표가 갈등의 불씨로 남으면서 당정 관계는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내 일각에선 김 여사의 사과가 없다면 다음 특검법 표결에선 단일대오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편 채상병 특검법은 찬성 194표 반대 104표 무효 2표로,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이용활성화법) 개정안은 총투표수 300표 중 찬성 187표, 반대 111표, 무효 2표로 최종 폐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