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유가 상승에…정유·항공 엇갈린 반응

데일리한국 2024-10-04 16:48:27
국내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4주 연속 하락했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유전. 출처=연합뉴스 국내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4주 연속 하락했다. 사진은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 유전. 출처=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김소미 기자] 이란이 이스라엘에 미사일 공격을 강행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내심 반기는 분위기지만, 항공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4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뉴욕상업거래소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5.15% 오른 배럴당 7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주에만 8% 가량 급등하며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경신했다.

대륙간거래소 12월 인도분 브랜트유 가격 역시 하루만에 5.03% 상승한 배럴당 77.6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10일(68.68달러) 대비 13%나 올랐다.  

국내 유가와 직결된 두바이유의 지난 1일 거래가는 배럴당 74.45달러, 2거래일만에 3.69%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일의 보복 공격이 현실화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최대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 정유업계 단기적 호재…장기적으론 부담 커질 것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정유업계는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 단기적으로 정제마진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저가 원유의 재고평가이익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원유 구입 후 국내 정유사 공장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제품화 하는 시간까지 통상 40~50일 정도 걸린다. 생산하고 있는 제품은 약 한 두달 이내 구입한 원유로 국제 유가가 상승한다면 단기적으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구조다.

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요소가 존재한다.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지속하면 소비자들은 연료 사용을 줄이고 대체 에너지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정제 제품 수요 감소를 초래해 장기적으로 정유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수출 경쟁력 약화도 예상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수출 비중이 높은 만큼, 해외 수요가 줄어들 경우 타격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으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은 국내산 정제 제품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항공업계, 유가 급등 '직격탄'...운항 축소 불가피

항공업계는 비상이다. 연료비는 항공사 전체 운영비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만큼, 유가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연결된다. 대한항공의 경우 연간 3100만 배럴의 항공유를 쓴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3100만달러(4일 기준 414억980만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같은 고유가 기조가 지속될 경우엔 유류할증료 인상과 비수익 노선 운항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같은 유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연료 헤지(hedging) 등 스왑계약을 맺고 있다"며 "다만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유류할증료를 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한국공항공사 사진=한국공항공사

한편 정부는 이날 국제 유가 급등세가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제 유가와 국내 정유 제품 가격의 연동성을 주시하며, 유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분야별 비상대응반을 즉시 가동해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원유 수급과 관련한 돌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일일 점검 체계를 통해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