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론’까지 거론하는 월성원전에 대한 '선 넘은 사랑'

데일리한국 2024-10-04 13:22:00
원자력계가 월성 1호기를 폐로하지 않고 존치시켜 유사시 핵무장에 필요한 플로토늄을 추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월성 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원자력계가 월성 1호기를 폐로하지 않고 존치시켜 유사시 핵무장에 필요한 플로토늄을 추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월성 1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월성원전 1호기(월성 1호기) 폐쇄를 반대하는 이들이 근거 논리로 ‘핵무장론’까지 내걸고 있다. 핵무장에 필요한 원료를 생산하고 있는 월성 1호기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2일 국회에서 ‘중수로 폐쇄 경위 진단과 유사시 핵무장을 위한 대응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는 박상석 원자력살리기국민행동 공동대표(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원),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 박 공동대표는 월성원전 1호기 폐로 반대 운동 등으로 에너지업계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이날 행사에서 원자력계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의 새로운 논거로 ‘핵무장론’을 들고 나왔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월성 1호기는 가압중수로형(PHWR)으로 캐나다 원자력공사(AECL)가 공급했다. 설계용량은 678.7MW로 1978년 건설과 운영허가를 취득했고 1983년 상업운전을 승인 받았다. 2015년에는 2022년 가동중지를 조건으로 계속운전을 승인받았다.

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중수로형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습식저장시설 저장량은 15만 1976다발, 건식저장시설 저장량 32만 2200다발이다.

고준위 방폐장이 없는 상황에서 중수로형 사용후 핵연료가 계속 배출되는 상황은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원전 내에 임시저장시설을 추가로 지어야 해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은 자연스럽게 나빠졌다. 주변 지역 주민들의 반대도 심했다. 

이에 따라 전임 정부 시절인 2018년 한수원 이사회는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하기로 결정하고, 2019년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를 승인했다.

원자력계는 당시 월성 1호기를 폐쇄하기로 결정한 한수원의 처사에 불만을 품었다. 그간 월성 1호기 폐로를 결정한 전임 정부 정책라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엔 “유사시 핵무장을 대비해서 월성원전을 계속운전해야 한다”는 논리까지 펼치고 있다.

1978년 월성 1호기 건설운영허가를 내준 당시 박정희 정권은 월성 1호기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해 핵무기를 제조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수로에선 경수로와 달리 핵무기로의 전용이 가능한 플루토늄을 함유한 사용후 핵연료가 나와 월성 1호기를 중수로 방식의 원자로를 채택했다는 설까지 제기됐다.  

핵무장을 위해 월성 1호기를 계속운전해야 한다는 내용의 발표자료. 사진=나경원 의원실 제공 핵무장을 위해 월성 1호기를 계속운전해야 한다는 내용의 발표자료. 사진=나경원 의원실 제공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 실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월성 원전과 박정희의 통곡’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은 설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에 따르면 1969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며 1971년 미7사단을 철수키로 하자, 박 전 대통령이 핵개발에 착수해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미사일 기술 개발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후 1973년 당시 오원철 제2경제수석이 월성 1호기 건설에 대해 캐나다와 협상을 시작했고, 1977년 캐나다원자력공사(AECL)를 계약자로 선정해 착공했다.

주제발표 직후 이어진 토론에서 김규태 동국대 명예교수는 “중수로는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많아 경제성이 떨어진 것은 맞지만,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는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기 더 쉽기 때문에 자체 핵무장을 위해 중수로가 필수 시설인 점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원자력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실장에 이어 주제발표를 한 월성원전 재판 감시단의 강창호 핵연료기술사는 “전임 정부 시절 (경제성을 이유로) 월성 1호기의 폐로를 결정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월성 1호기 재가동에 필수재인 중수 80톤을 헐값에 중국에 팔아버렸다”며 배임 의혹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중수 가격이 톤당 300달러 이상인데 한수원이 40달러에 넘겨 29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한수원은 이에 대해 지난 5월 “중국에 넘긴 중수가 방사성 물질이어서 미사용 중수와 달라 같은 가격을 지불할 수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계는 똑같은 내용의 의혹을 반복해 이날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월성 1호기 폐로를 막기 위해 핵무장론까지 들고 나선 원자력계의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가 핵을 보유하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하고 미국의 승인을 얻어야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핵무장까지 들먹이는 원자력계의 선넘는 발언에 많은 이들이 우려 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다.

월성 1호기가 생산한 중수를 헐값에 팔았다는 주장과 이를 반박하는 한수원의 보도설명자료. 사진=나경원 의원실 제공 월성 1호기가 생산한 중수를 헐값에 팔았다는 주장과 이를 반박하는 한수원의 보도설명자료. 사진=나경원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