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이미 들어간 전산구축비 1000억 날려도 좋다"…금투세 폐지 유력에 휴~

데일리한국 2024-10-04 09:35:00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장은진 기자] 여당에 이어 야당까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증권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업체들은 그동안 개발에 투자한 비용이 증발하더라도 금투세 폐지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금투세 원천징수 시스템 개발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대의 비용을 투자했지만, 매몰비용 발생에 개의치 않고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전산 구축 등에 투입한 비용은 1000억원대 이상으로 추산된다. 상당한 비용을 들였음에도 추가 비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투세는 투자 이익금을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상품에서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자에게 20%(3억원 이상이면 25%) 세금을 부과한다.

세금 부과 절차는 복잡하다. 증권사가 투자자별 원천징수세액을 집계해 국세청에 신고·납부하면, 투자자는 이후 직접 세무서에 확정신고를 해 초과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는 구조다. 이 방식은 투자자의 상황에 따라 과세금액 계산을 복잡하게 만든다. 특히 여러 증권사를 동시에 이용하는 투자자일수록 금투세 사전 예측이 어려워진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이러한 징수 방법은 부담이다. 연말 손익 통산에 따른 확정신고 절차로 인해 담당 직원의 업무 부담이 증가하고, 매년 시스템 운영비도 추가로 발생한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편의성 문제로 인한 고객 이탈 리스크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형사와 중소형사 모두 부담감의 정도만 다를 뿐, 금투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A증권 관계자는 “금투세 시행을 바라는 증권사는 아마 없을 것이다”라며 “국내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금투세’에 대한 문제까지 겹치면서 더욱 ‘큰손’ 고객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증권 관계자도 “매몰비용은 고려요소가 될 수 없다”면서 “비용이 들었다고 해도 금투세로 거래대금이 더 줄면 증권사들의 영업수익은 더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라고 언급했다.

특히 업체들은 금투세를 ‘유예’하기보다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금투세는 2020년 도입이 추진됐다가 그해 말 여야가 2년 유예하기로 합의해 2023년 도입하기로 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2년 추가 유예됐다. 시행 전 두 차례나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만큼 폐지 후 원점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C증권 관계자는 “시행을 앞두고 무산되길 반복하면서 증권사들은 4년 동안 막대한 비용을 시스템 개발 및 수정에 투자했다”면서 “그럼에도 결론이 나지 않아 비용이 계속 집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매번 시행 시기를 앞두고 시장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등장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