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쿠바 수교 맞아 13년 만에 한인회 재출범…민간 외교 강화"

연합뉴스 2024-10-04 09:00:19

정훈 쿠바한인회 준비위원장 "내년 3월 아바나서 창립총회 개최"

"열악한 환경서 거주 한인 후손 지원 및 한국 문화 알리기 추진"

'2024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차 방한한 정훈 쿠바한인회 준비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올해 2월 한국과 쿠바가 전격적으로 수교하면서 교민 사회에서도 양국 교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요. 한인회를 13년 만에 재출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재외동포청이 주최한 '2024 세계한인회장대회' 참석차 최근 방한한 정훈(52) 쿠바한인회 준비위원장은 지난 3일 행사장인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민간 차원에서의 외교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921년 멕시코의 한인 이민자 일부가 재이민으로 정착하면서 시작된 쿠바 한인의 이민 역사는 100년을 넘었지만, 한인회 활동은 김동우 암펠로스 회장 시절인 2012년 2월 이후 중단된 상태다.

한인후손회와 한글학교 등은 현지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지만, 쿠바 내 전체 한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는 현재 없는 셈이다.

정 위원장이 최근 파악한 동포사회 현황에 따르면 쿠바에는 선교 활동 등을 위해 장기 체류하는 한인이 약 30명이며, 한인 후손은 1천91명이다.

추석 행사서 포즈 취하는 쿠바 한인들

정 위원장은 "지난 5월13월 한인 30명이 모여 쿠바한인회 발기인대회를 열었다"며 "내년 3월3일 아바나에서 창립총회를 할 예정이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정부가 연내 대사관을 설치하기로 한 만큼 앞으로 관광 및 기업 진출 등 다양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한인회를 쿠바 정부에 공식 단체로 등록해 지원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으로 한인 후손 생활 지원 시스템 제도화, 쿠바 내 최대 한류 팬클럽 '아르코' 등을 상대로 한 한국 문화 알리기 등을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생계를 잇기 어려운 한인 후손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자립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정부나 민간에서 일회성으로 기부하는 형태를 넘어 시스템을 마련해 꾸준히 지원할 수 있는 방법도 찾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인 후손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국영방송사 '카날 아바나'와 협의하고 있다"며 "현지에서는 아직 한국인과 중국인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제대로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쿠바 한글학교 수업 모습

그는 전력과 물, 기름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생활하기 쉽지 않다며 열악한 경제 상황을 전했다. SNS상에서는 쌀이나 석유 등을 구하려는 수요도 빗발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배급제가 유명무실해지는 등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 점점 자본주의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 구체제로는 버틸 수 없다는 시각이 팽배해 몇 년 안에 큰 사회적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쿠바에서 사업을 하거나 각종 활동을 하기 어렵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쿠바는 무궁무진한 기회의 땅"이라며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주시해야 할 시장"이라고 소개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쿠바 아바나무역관 부관장을 지낸 정 위원장은 중남미 전문가로 통한다. 쿠바에서 10여년 거주한 경험을 토대로 2022년 창업했다.

'SNT 글로벌' 공동 대표로서 한국 음료수와 미국 냉동식품 등을 수입해 현지에 판매하면서 무역 컨설팅 사업도 하고 있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는 한인은 그가 유일하다. 최근에는 한국식 편의점 형태를 갖춘 쿠바 내 첫 아시아 식품점 'K마트'를 열었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