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호의 침몰, 외국인 투수부터 시작됐다[초점]

스포츠한국 2024-10-04 05:30:00

[잠실=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024시즌을 마무리했다. 역대 최초로 정규리그 4위팀이 5위팀에게 업셋을 당했다. 이 비극은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에서부터 비롯됐다.

두산은 3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kt wiz와의 홈경기에서 0-1로 졌다.

브랜든 와델. ⓒ스포츠코리아 브랜든 와델. ⓒ스포츠코리아

와일드카드 결정전 1,2차전에서 모두 패배한 두산은 정규리그 4위팀 최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이승엽호 2년차를 맞이한 두산은 올 시즌 신인 불펜투수 김택연의 등장과 함께 강력한 불펜진을 구축했다. 김택연, 김강률, 이영하, 최지강, 이병헌, 홍건희 등 구위가 뛰어난 수많은 불펜투수들과 함께 뒷심을 발휘하며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선발진이 문제였다. 특히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과 부상이 결정적일 때마다 등장했다. 우완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라울 알칸타라는 거듭되는 부진과 부상으로 시즌 중반에 퇴출을 당했다.

좌완 외국인 선수 브랜든 와델 또한 부상으로 인해 75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임시 대체 외국인 선수 시라카와 게이쇼도 중도 부상으로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채 짐을 쌌다. 조던 발라조빅이 그나마 제 몫을 했지만 시즌 막판 난조를 보였다.

두산의 외국인 선발투수들 중 75이닝을 초과해서 던진 선수는 아무도 없다. 65이닝 이상 던진 선수도 브랜든 뿐이다. 두산에게는 재앙같은 수치다.

라울 알칸타라. ⓒ스포츠코리아 라울 알칸타라. ⓒ스포츠코리아

▶2024시즌 두산 외국인 투수 주요 성적

브랜든 75이닝 7승4패 평균자책점 3.12 알칸타라 64.1이닝 2승2패 평균자책점 4.76 발라조빅 57이닝 2승6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6 시라카와 34.1이닝 2승3패 평균자책점 6.03

외국인 투수들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자, 불펜진의 과부하가 걸렸다. 전반기 상위권 경쟁을 펼치던 두산은 후반기 쌓이는 불펜진의 피로도 속에 4,5위권 싸움으로 밀려났다. 시즌 막판에서야 정규리그 4위를 확정지었고 그 과정에서 양의지, 허경민, 강승호 등 베테랑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다.

이 여파는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이어졌다. 두산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kt wiz에게 패했다. 양의지가 없는 중심타선은 타점을 올리지 못했고 2024시즌 무려 75경기에 출전한 이병헌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시속 140km 중반대 패스트볼을 던지다 1실점을 기록해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그리고 이 참사의 시작점은 외국인 선발투수들의 부진이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외국인 투수들이 팀의 1.2선발투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두산은 외국인 투수들의 힘을 전혀 받지 못했다. 이승엽호의 침몰은 외국인 투수 농사 실패부터 시작됐다.

조던 발라조빅. ⓒ스포츠코리아 조던 발라조빅. ⓒ스포츠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