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중 민단 단장 "재일동포 일편단심 모국 공헌 재조명해야"

연합뉴스 2024-10-03 19:00:31

"일본 내 친한 분위기 커져"…차세대 뿌리 교육 집중 강조

김이중 재일민단 단장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국난에 처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마다 힘을 보태고 때론 목숨도 희생해온 재일동포의 일편단심 모국사랑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외동포청 주최 '2024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한 김이중 재일본대한민국민단(이하 민단) 단장은 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재일동포 선조들이 유달리 모국을 돕는 일에 앞장섰던 것은 자기 뿌리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그 정신을 차세대에게 전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단장은 재일동포들의 모국 공헌 사례를 묻자 "6·25 전쟁에 참전한 재일학도의용군, 1960년대 수출입국의 토대가 된 한국 최초 수출산업공단인 '구로공단' 건설 주도, 1988년 서울 올림픽에 100억 엔 성금 전달, 외환위기 당시 15억 달러 송금과 국채 300억 엔 매입 등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해방 후 일본에서 자수성가해 '방적왕'으로 불리던 고 서갑호 씨가 1963년 한국 섬유산업을 견인했던 방림방적을 세우고 도쿄의 금싸라기 땅을 주일한국대사관 부지로 기증했다"며 "다른 재일동포들도 나서서 일본 내 한국 공관 9곳을 기증한 일은 전 세계 동포사회에 유례가 없던 일"이라고 자부했다.

김 단장은 무엇보다도 최근 모국이 앞장서 한일관계 진전을 추진하면서 모두 어깨를 펴고 산다고 반겼다.

일본 주류사회뿐만 아니라 주변 현지 이웃들의 시선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그는 "재일동포는 대부분 차별을 피하려고 보통 일본식 이름인 통명(通名)을 쓰고 있는데 최근 동포 자녀들이 학교에서 당당히 한국이름을 쓰고 싶다고 할 정도"라며 "더욱이 도쿄 코리아타운에서 일상으로 재일동포를 비난하던 '헤이트스피치' 시위도 완전히 사라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단장은 "이웃한 양국이 등을 돌리고 살면 서로에게도 불행하며 재일동포의 삶은 더 궁핍해질 수밖에 없다"며 "모처럼 양국에서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이때 문화 교류를 더 활발히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교류가 늘면 경제교류도 확대될 것이고 그러면 양국 정치인들도 대결 구도보다는 자연스럽게 협력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았다.

김 단장은 "과거 수십년간 한일 관계가 얽혔을 때 이를 풀기 위해 물밑에서 재일동포들이 힘써왔고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해 왔다"며 "앞으로도 민단은 가교 역할을 하는데 늘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민단은 일본 정부가 영주권을 취득한 외국인이 탈세 등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 영주 자격을 취소해 일본에서 살 수 없도록 조치하려는 것에 앞장서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최근에 이주한 외국인이 타깃인 정책이지만 최근에 1980년이 이후 건너온 뉴커머(신정주자)인 동포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민단이 재일동포 사회의 맏형 역할을 하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민단은 차세대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모국 연수를 추진하는 '어린이 잼버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청사진도 제시했다.

김 단장은 "신·구정주자, 귀화자 등 구분 없이 한반도에 뿌리를 둔 동포 자녀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모국 경험을 통해 뿌리 의식을 심어주면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 당당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wak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