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동안 한국 여성 미술가들이 쌓아온 예술적 성과

연합뉴스 2024-10-03 12:00:23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신간 '페미니즘 미술 읽기'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이 한국의 여성 미술가들을 통해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현황을 살피는 책 '페미니즘 미술 읽기: 한국 여성 미술가들의 저항과 탈주'를 펴냈다.

1999년 '팥쥐들의 행진'을 비롯해 여러 페미니즘 미술 전시를 기획하고 '페미니즘·비디오·미술', '여성과 미술' 등을 펴내는 등 페미니즘 미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온 저자가 일간지에 2021년 1월∼2022년 4월 연재했던 '김홍희의 페미니즘 미술 읽기'를 보완해 재구성한 책이다.

책은 원로부터 중진, 청년 작가에 이르기까지 42명의 현대 여성 미술가들을 통해 1980년대 이후 반세기 동안 이들이 쌓아온 예술적 성과를 보여준다. 여기에 '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빗장을 푼 작가'로 나혜석과 천경자의 이야기를 더했다.

책 표지 이미지

책은 페미니즘이 당면한 화두를 15가지로 제시하고 그 안에 다른 세대의 작가나 생각을 공유하는 작가 2∼4명을 함께 배치해 페미니즘 담론과 함께 작품과 전시 활동을 설명하는 식으로 일종의 '지상 전시회'를 꾸몄다.

'여성성과 섹슈얼리티'(윤석남, 장파)를 시작으로 '퀴어 정치학'(정은영, 흑표범, 김나희), '에코페미니즘'(홍이현숙, 조은지, 홍영인), '노마디즘'(김수자, 함경아), '디아스포라 미술'(차학경, 민영순, 윤진미), '불편함의 미학'(정서영, 김소라, 양혜규), '수공예와 민예'(이영순, 장영복) 등에 이어 '페미니스트 컬렉티브'('입김'의 정정엽, '노뉴워크'의 봄로야)까지 여성 미술의 다양한 양상들을 살핀다.

저자는 "여기 포함된 작가들은 '페밍아웃'한 페미니스트도 있고 작업의 내용은 페미니즘과 관련이 있으나 페미니스트로 불리길 거부하는 작가도 있다"면서 "존재론적 차원이나 인식론적 차원에서 해당 작가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건, 아니건 이 책이 중시하는 것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큐레이토리얼(Curatorial), 비평적 판단"이라고 소개했다.

미술계에도 많은 영향을 준 김혜순 시인이 발문을 썼다. 영국 출판사 파이돈이 영문판도 출간한다.

열화당. 464쪽.

김홍희 전 서울시립미술관장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