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강제성 없고’ 축협에 ‘자정작용’ 바라네...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나

스포츠한국 2024-10-03 05:00:00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축구협회 감사 중간 발표에서 축협의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속 오류를 집어내면서도, 강제력을 행사해 내부 제도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장의 제왕적이고 방만한 운영으로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든 축협에게 자정작용을 바라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악수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연합뉴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과 악수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연합뉴스

문체부는 2일 축협 감사 중간 발표를 했다.

홍명보 감독과 축협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현안질의에 나서 국민적인 질타를 받았다. 특히 홍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문체부는 이날 발표에서 관련 내용에 대해 말하며 "전력강화위 구성원도 아니고 감독 추천 권한도 없는 이임생 기술이사가 홍명보 감독을 추천했으며, 면접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실제 면접이 이뤄졌는지도 모른다"며 "축협은 상황에 따라 전력강화위와 이사회의 역할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문체부는 그러면서도 홍명보 감독 거취에 대해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지만, 그 때문에 홍명보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 내부 토론의 결과"라며 "축구협회가 독립성을 존중받아야 하는 부분도 있기에 상식과 공정의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한다. 문체부에서 강제적으로 축협 내의 절차적 흠을 바로잡는 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감사 결과 규정을 위반한 책임자에게는 상응하는 조치가 있을 예정이며, 10월 감사 결과를 최종 공개할 때 처분 수위를 정할 것"이라며 "정몽규 회장도 정관이나 국가대표팀 운영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아직 끝나지 않은 다른 감사 사항도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검토해 10월 말에 정 회장에 대해서도 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축협은 이후 입장문을 내 "협회장의 부당 개입과 감독 선임 과정의 일률적 오류가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문체부의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반박이 문체부의 최종 감사 결과 발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문체부의 감사 중간 발표가 축구팬들의 답답함을 완전히 해소해주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축협 내 문제에 직접 관여를 가급적 피하겠다는 뜻이 브리핑 내내 담겨있었다. 스포츠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월권한다는 의심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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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까지의 축협을 본다면, 과연 이들이 ‘상식과 공정의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까. 승부조작범 날치기 사면 시도, 제왕적 이사회 운영, 두 번의 연속된 감독 선임 과정 속 논란 등 큰일에 더 큰일을 저질렀던 축협이다.

물론 논란의 중심인 정몽규 회장의 4선 도전은 문체부 장관을 비롯한 상위 권력에서 막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체부가 축협에 바라는 ‘자정 작용’과 '내부 혁신'이 과연 정상적으로 이뤄질 지는 매우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