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문체부는 ‘홍명보 계약 무효’라 못하는걸까 [초점]

스포츠한국 2024-10-03 06:00:00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지만, 하자가 있다고 해서 홍 감독과의 계약이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2일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한축구협회 감사 중간발표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건 홍명보 감독 거취 문제였다. 하지만 문체부는 먼저 홍 감독을 해임하거나 계약 무효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홍명보 감독에 분노하는 팬들은 이 말에 분노할 수 있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분명 존재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먼저 여기서 더 나가면 ‘월권’의 지적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위기관인 문체부라고 할지라도 이미 계약해 경기까지 치른 감독을 해임하라고 지시한다면 언론, 축구계에서의 반발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문체부가 감사를 넘어 직접 행정에 뛰어드는 선례를 남기면 축구협회뿐만 아니라 한국의 수많은 체육단체 등 산하기관들의 반발 역시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이는 아무리 문체부라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FIFA는 축구에 정치개입을 극도로 금한다. 실제로 축구협회의 노력 때문인지 FIFA는 공문을 보내 ‘독립성을 침해받을경우 대한축구협회에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재’는 월드컵 출전 금지 등의 강한 조치 등이 있다.

누구의 잘못인지를 떠나 괜히 문체부 입장에서 더 개입했다가 ‘문체부 때문에 월드컵을 못가게 됐다’는 원망을 듣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FIFA라는 세계적인 단체와 맞서고 대립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그리고 문체부 입장에서는 굳이 따지면 홍명보를 선임한 축구협회의 잘못이 더 크다고 지적하고 싶은 것이지 제의를 받고 수락한 홍명보의 잘못을 지적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애초에 타겟이 대한축구협회였지 홍명보 감독이 아니기도 했을 것이다.

게다가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며 많은 외국인 코치, 내국인 코치와 트레이너 등이 홍명보 감독과의 면접을 거쳐 대한축구협회와 계약했는데 홍 감독을 문체부가 계약 무효라고 강제하면 나머지 코치 계약 역시 자동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내국인 코치 뿐만 아니라 외국인 코치들에게 추가 피해가 갈 수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문체부는 “협회가 자체적으로 검토해서 국민 여론과 상식과 공정이라는 관점에서 자율적으로 판단할 걸로 기대한다”며 자정작용을 할 것을 기대했다. 분명한건 정부 문법에서 이정도 많은 지적을 한 것은 축구협회는 물론 홍명보 감독에게도 강력 경고를 한 것이다.

이정도 얘기했으면 알아들어야할 축협과 홍명보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