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질타-정부 발표마저 부정하는 ‘현실감각無’ 축협 [초점]

스포츠한국 2024-10-02 17:00:00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현실 감각이 없는 것일까. 대한민국 정부의 발표마저 “심각한 오해”, “불공정하지 않다”며 반박하고 있다.

감사보고를 받고 ‘콕’ 집어 대통령이 질타하고, 문체부의 두달여간 감사를 벌여 ‘잘못’이라고 지적하는데도 대한축구협회는 이를 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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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2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중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브리핑에 나선 문체부 최현준 감사관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물론 홍명보 감독 선임까지 과정에서 모두 규정과 절차가 위반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근거를 들어 대한축구협회의 행정적 절차와 감독 선임 과정에서 문제를 조목조목 짚었다. 대한축구협회가 공식 발표한 내용조차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발표가 있은지 약 6시간뒤인 오후 4시경에는 대한축구협회의 반박문이 발표됐다.

문체부의 감사 결과 발표를 전면으로 반박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 내용은 “외국인 감독들의 면접을 위해 출장비용을 들여 찾아간 것과 비교해 홍명보 감독을 4~5시간 기다린건 특혜가 아니다”라며 “3월 황선홍, 5월 김도훈 임시 감독 선임 때 이사회 심의를 받지 않았지만 추후에 승인받았고 7월 홍명보 감독 역시 내정후 서면 의결을 받았다”고 했다.

내용을 뜯어보면 황당하다. 외국인 감독은 당연히 외국에 가서 면접하는 것인데 홍명보 감독을 4~5시간 기다린 것을 같은 선상에서 보는 것, 그리고 감독 선임을 다 진행해놓고 요식행위처럼 이사회를 열어 승인 받는 것이 뭐가 문제냐는 듯한 해명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미 9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이 문체부의 중간 감사 결과 보고를 받은 후 “축협 관리 감독 책임이 있는 문체부가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며 유인촌 문체부 장관에게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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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날 정부기관인 문체부가 7월부터 두달 이상 매진한 중간감사 결과 발표를 했다. 10월말에는 최종 감사 결과 발표까지 있다. 이날 문체부 발표 중 “현재 축구협회는 대부분의 감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보내오면서도 이를 뒷받침할만한 타당한 근거나 객관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있었다. 이번 축구협회의 반박문 역시 이와 괘를 같이 한다.

이미 축구계에서는 내년과 내후년 생활 축구와 기초 유소년-여성 축구에 필요한 정부 예산이 줄어들까 걱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지적하고 정부가 감사한 결과조차 부정하는 대한축구협회의 오만함은 현실감각을 잃은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