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천정부지’ 공사비 잡는다…건설업계 숨통 트일까

데일리한국 2024-10-02 16:49:53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신축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주택 공급 지연과 건설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사비 문제 해결에 칼을 빼 들었다.

해외 시멘트 수입을 지원하고, 바다·산림 골재 공급을 확대해 지난 3년간 30% 급등한 건설 공사비 상승률을 2026년까지 연 2% 내외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사비 3년간 28% 상승…주택공급 지연‧건설사 수익성 악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 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3년 127.90으로 3년간 27.9% 뛰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자잿값이 껑충 올랐고, 금융비용과 인건비 등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주택 공급도 지연되고 있다. 도심 내 주택공급을 담당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공사비 상승분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으로 인해 착공물량이 줄고 공사지연이 빈번해졌다. 높은 공사비는 분양가에 고스란히 반영돼 실수요자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원가율이 상승하면서 건설사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품목이 시멘트다. 2014년부터 톤(t)당 7만5000원에 묶여 있던 시멘트 가격은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유연탄 가격 상승 등이 반영돼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2년 2월 t당 9만2400원으로 올랐고, 같은 해 11월 10만5000원으로 10만원대를 뚫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감은 줄어드는데 원자재 가격은 폭등하며 공사를 진행할수록 되레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현실적인 자잿값, 적정 공사비가 책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시멘트 도입·연내 공공공사비 현실화

이에 정부는 공사비 인상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던 자재비, 인건비, 공공조달의 '공사비 3대 안정화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했다.

우선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경찰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건설 분야 특별 불법·불공정 행위 점검반'을 운영한다.

점검반은 10월부터 내년 4월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필요한 경우 활동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불법·불공정행위를 상시 신고 받을 수 있는 신고센터도 설치한다.

가격 동향과 시장 구조를 고려해 주요 자재와 건설 기계 분야를 우선 점검하고, 적발된 불법·불공정행위 종류에 따라 입찰 참여 제한 등 행정제재를 부과할 방침이다.

업계를 중심으로 '수급 안정화 협의체'도 운영한다. 시멘트 등 주요 자재에 대해 수요자, 공급자 간 자율협의를 통해 적정가격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하고, 필요시 다른 건설자재까지 협의체를 확대하기로 했다.

민간에서 시멘트 수급 불안정 등으로 인해 해외 시멘트 수입을 추진할 경우 관련 애로 해소를 지원하는 동시에 KS인증 등을 통해 엄격히 검증해 나갈 계획이다.

규제 개선과 탄력적 운영을 통해 골재 공급도 확대하기로 했다. 바다 골재의 경우 5년간 총 골재 채취량의 5%인 채취량 한도를 실채취량 기준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산림 골재는 토석채취제한지역이더라도 인근 채석 단지와의 인접성 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채석 단지로 확장 지정을 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고, 복구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사전 예치금 분납 기간도 5년 5회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 건설 분야 인력난과 관련해 외국인 인력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건설분야 인력수급 안정화를 위해 숙련기능인 채용 시 시공능력평가에 반영하는 등 우대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외국 인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현재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비숙련 외국 인력의 현장 간 이동사유를 보다 구체화해 나가기로 했다.

여기에 업무 강도나 위험도 문제로 내국인들이 기피해 인력 확보가 어려운 공종에 한해 E-7-3(기능인력) 비자를 도입해 숙련된 외국인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공공 공사의 품질을 높이고 시공 지연을 방지할 수 있도록 관급자재 조달 체계도 개선한다.

국책사업의 경우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직접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구매단계를 줄인다. 3기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현장에는 현장 레미콘 제조시설인 배치플랜트 설치를 추진한다.

레미콘·아스콘 등 관급 자재 관련 불공정행위 개선 노력을 지속하고, 레미콘 등 관행적으로 납품이 지연되는 자재는 납품 기한을 세분화해 '계약 불이행 페널티'를 부과하기로 했다. 공사용 자재 직접 구매제도 보완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주요 공공공사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공공 공사비 현실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도 연내 확정해서 발표하기로 했다.

공공 공사비 현실화 방안에는 △일반관리비 요율 조정 △총사업비 물가지수 적용 방식 합리화 △낙찰률 적정성 평가 △턴키공사 수의계약 시 물가 보정 시점 조정 △공사비 보정 기준 보완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건설시장 동향과 건설공사비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건설공사비가 안정되고, 건설시장이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건설‧시멘트업계 환영…"시장 활력 제고 기대“

정부의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대한건설협회, 건설공제조합 등 주요 건설 단체가 속해있는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건설업계 전반에 퍼진 위기 상황을 해소하고 건설시장 활력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건단연은 시멘트 등 주요 자재에 대한 정부·수요자·공급자 간 '수급 안정화 협의체 운영'이 자재 가격 안정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정부 발표에 포함된 산림·바다 골재 공급 확대와 관련, “반복적인 수급 불안과 가격 급등 문제가 일부 해소될 전망”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바다골재 채취 쿼터를 10%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멘트 수입 지원을 통한 공급원 다각화 방안에 대해서도 일각에서 품질과 국내시장 잠식 우려가 제기되나 KS인증으로 품질 확보가 가능하고 수입 물량도 국내 생산량 대비 미미해 긍정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시멘트업계도 범정부 차원의 정책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고, 시멘트 수급 안정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시멘트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시멘트협회는 이날 “정부가 시의적절하게 자재별 수급 안정 협의체를 구성․운영키로 결정한 것에 대해 시멘트업계는 적극 환영한다”면서 “업계는 관계 부처 및 유관 기관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시멘트 수급 안정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