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브레이커 선발 낙점' 엄상백, 쿠에바스의 기적 재현할까[스한 프리뷰]

스포츠한국 2024-10-01 06:30:00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이강철 kt wiz 감독의 선택은 엄상백(27)이었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 5위 타이브레이커 선발 마운드에 엄상백이 오른다. 마법사 군단의 운명을 쥐고 있는 엄상백이다.

kt wiz는 3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5위 타이브레이커 SSG 랜더스와 홈경기를 벌인다.

엄상백. ⓒ스포츠코리아 엄상백. ⓒ스포츠코리아

kt wiz는 29일까지 SSG에게 0.5경기차 앞선 5위였다. 하지만 SSG가 30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최종전에서 7-2로 승리하면서 시즌 최종성적 72승2무70패로 SSG와 동률을 이뤘다. 결국 KBO리그 최초로 5위 타이브레이커가 열리게 됐다.

kt wiz는 3년 전, 타이브레이커를 경험한 바 있다. 2021시즌 공동 1위로 정규리그를 마쳤던 삼성 라이온즈와 1위 타이브레이커를 펼쳤다. 당시 kt wiz는 타이브레이커에 투입할 선발투수를 쉽사리 찾지 못했다. 시즌 막판까지 총력전을 하면서 선발투수들을 모두 소모했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은 강력한 승부수를 던졌다. 이틀밖에 쉬지 못한 외국인 투수 쿠에바스를 1위 타이브레이커에 선발투수로 투입시켰다. 쿠에바스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7이닝 무실점 1피안타 3사사구 8탈삼진 호투를 펼쳤다. 이틀밖에 쉬지 못한 투수의 투혼이었다. 결국 kt wiz는 쿠에바스의 호투를 앞세워 삼성과의 타이브레이커를 1-0 승리로 장식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2021년 ‘신의 한 수’를 뒀던 이강철 감독은 이번엔 엄상백을 5위 타이브레이커 선발투수로 낙점했다. 엄상백은 올 시즌 13승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은 4.88로 부진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19위였다. 5위 타이브레이커 필승카드로는 부족한 성적이다. 더불어 올 시즌 SSG전 평균자책점 또한 아쉬운 수치(4.67)를 기록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엄상백은 훌륭한 카드다. 엄상백은 올 시즌 탈삼진 6위(159개)를 기록했다. 국내 선수들 중 1위다. 그만큼 좋은 구위를 보유하고 있다.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과 주무기인 체인지업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한다.

엄상백. ⓒ스포츠코리아 엄상백. ⓒ스포츠코리아

더불어 엄상백은 SSG전 평균자책점만 안좋았을 뿐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27)와 피OPS(피장타율+피출루율, 0.658)에서 모두 훌륭한 성적을 남겼다. 자신의 올 시즌 기록(WHIP 1.31, 피OPS 0.763)보다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SSG 중심타자인 최정을 9타수 1안타로 묶었고 또다른 대체 불가 자원 박성한을 7타수 무안타로 묶었다.

물론 천적들도 있다. 추신수와 최지훈에게 피OPS 1.194, 1.333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부상 여파로 인해 5위 타이브레이커 선발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뚜렷한 천적이 없는 SSG 타선을 만나게 될 엄상백이다.

▶엄상백과 SSG 주요 타자들과의 2024시즌 상대 성적(4타수 이상)

vs 박성한 7타수 무안타 피OPS 0 vs 고명준 5타수 무안타 피OPS 0 vs 최정 9타수 1안타 5삼진 피OPS 0.222 vs 길레르모 에레디아 9타수 3안타 피OPS 0.666 vs 이지영 8타수 3안타 피OPS 0.750 vs 한유섬 9타수 3안타 피OPS 0.777 vs 추신수 8타수 3안타(2루타 1개) 1홈런 피OPS 1.194 vs 최지훈 6타수 3안타(2루타 2개) 피OPS 1.333

무엇보다 엄상백은 9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9월 3경기에서 15.1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0.59를 기록 중이다. 더불어 24일 등판 이후 6일간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가장 최고의 컨디션에서 던질 준비를 마친 셈이다.

이미 한 차례 타이브레이커를 승리로 이끌었던 이강철 감독. 이번엔 국내파 엄상백을 선택했다. 엄상백은 에이스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내용, 휴식일, SSG 타자들과의 상대성을 봤을 때 못 던질 원인보다 호투할 이유가 많다. 엄상백이 2021년 쿠에바스처럼 kt wiz를 구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강철 감독. ⓒ스포츠코리아 이강철 감독. ⓒ스포츠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