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메뉴판에 한글이'…유인촌 "우리말 정화 필요한 시대"(종합)

연합뉴스 2024-10-01 00:00:31

문체부, 내달 4~10일 한글주간 맞아 10대 실천과제 발표

아파트 명칭 공모전·우리말 뉴스 방송·공공용어 개선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유인촌 장관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0일 "주시경 선생이 그 나라의 말과 글이 거칠어지면 사람들의 뜻과 일이 거칠어진다고 했다"며 "지금 시대에 가장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장관은 이날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2024 한글주간'(10월 4~10일)을 앞두고 '언어문화 개선 실천과제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제578돌 한글날(10월 9일)을 맞아 거칠어진 우리말을 정화하는 노력을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한글주간의 주제는 '괜찮아?! 한글'이다. 유 장관은 "한글의 안부를 물어야 할 만큼 일상생활에서 외국어, 비속어, 신조어 등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데, 그 실태를 진지하게 돌아보고 반성하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 아름다운 우리말 일상 환경 구축 ▲ 언론·방송 보도 용어 개선 ▲ 온라인 국민 참여형 캠페인 추진 ▲ 청소년 국어능력 제고 ▲ 공공기관의 쉽고 바른 우리말 사용 등 5대 분야에서 10대 실천과제를 시행한다.

먼저 외래어와 애칭으로 인식이 어려워지는 아파트 이름, 영어·일본어·프랑스어 등으로 표기돼 알아보기 힘든 음식점 메뉴판을 개선한다. 올해 서울시 시민인식 사전조사에 따르면 외래어 아파트 이름을 인지하기 어려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72.3%에 달했다.

이에 따라 우리말 아파트 이름을 생각해 보는 '우리집 뭐라고 부를까' 공모전을 10월 9일부터 11월 13일까지 개최한다. 우리말로 된 아파트 이름을 추천하거나, 새로운 우리말 아파트 이름을 제안하면 된다.

유인촌 장관, 한글주간 기자브리핑

또 가맹점 업체 버거킹과 협업해 우리말 메뉴판 행사를 진행한다. 10월 7~9일 전국의 버거킹 매장 400여 곳에서 메뉴명을 우리말로 바꾼 전자메뉴판을 사용한다.

예컨대 '몬스터 와퍼'는 초등학생이 붙인 '거대한 괴물 버거'로, '사이드'(side)는 국립국어원 용어인 '곁들이', '비버리지'(beverage·음료)는 '마실 거리'로 바뀌었다.

방송사, 기자협회와 협업해 언론과 방송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공공성도 높인다.

KBS는 한글날인 10월 9일 '뉴스9'에서 외국어 사용을 최소화해 뉴스를 진행한다.

문체부는 쉬운 우리말을 살려 쓴 기자를 격려하기 위해 '우리말 기자상'도 후원한다. 10월 9일까지 우리말을 사용하는 현직 기자를 추천받고 12월에 시상식을 연다.

온라인에서는 네이버 등과 함께 '숨은 우리말, 다듬은 우리말'을 소개하고 국민이 '간직하고 싶은 우리말'을 제안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10월 4일부터 한글날 행사장을 찾은 방문객 5천명에게는 카카오톡을 통해 우수 한글 그림말(이모티콘)을 배포한다.

문해력 논란과 관련한 연합뉴스 카드뉴스

미래세대의 국어능력을 높이는 교육도 추진한다. 최근 일부 청소년들이 '심심(甚深)한 조의', '사흘' 등의 어휘를 다른 뜻으로 잘못 이해해 문해력 문제가 지적됐다.

KBS 현직 아나운서들이 12월까지 전국 100여 곳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바른 우리말 교육을 진행한다. 경기과천교육도서관에서는 10월 12일 '문학 더하기 문해력' 교실을 연다.

유 장관은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한글을 파괴한 신조어와 거친 언어가 범람하는 데 대해 "환경이 변해 어려움이 있겠지만 인터넷에서 떠도는 나쁜 말을 골라 예쁜 우리말로 바꾸고 전파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대왕 동상

문체부는 공공기관의 올바른 우리말 사용도 장려한다. 우리말을 잘 살려 쓴 정책명 등을 추천하는 대국민 공모를 10월 4일부터 11월 22일까지 진행해 우수작에 한글학회의 '우리말 보람' 인증을 수여한다. 국민의 생명, 안전과 연관되는 공공용어를 개선하고자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언어 개선 국민제보 게시판'도 신설했다.

이날 유 장관은 지난 5월 세종대왕 탄신 하례연에 이어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바꾸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다.

유 장관은 "한자 현판 앞에서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을 보면 한글 (현판)이 있는 게 맞는 것 같다"며 "국가유산 전문위원들은 원형 복원의 중요성과 예산 낭비를 얘기하는데, 시대가 바뀌었고 한글의 중요성도 커졌으니 열린 사고를 가져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