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불과 싸워온 인류사… '소방의 역사'

연합뉴스 2024-10-01 00:00:28

찬란했던 헝가리의 역사…'부다페스트'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 소방의 역사 = 송병준 지음.

인류가 여타 동물보다 우위에 선 건 불을 발견하면서다. 불 덕택에 인간은 야밤에도 맹수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었고, 강추위에도 견딜 수 있었다. 불을 이용해 조리하면서 다양한 음식도 먹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다. 불로 인해 나무와 숲이 탔고, 어렵게 지어놓은 건축물도 잿더미로 변했다. 강력한 제국이었던 로마도 불탔고, 중국 한나라 수도 장안은 불에 타 폐허가 됐다가 재건되길 반복했다. 1666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대화재는 도시 건축물 80%를 태웠다. 런던 주민 8만명 가운데 7만명은 거주지를 잃었다.

화마가 삼킨 건물과 나무들은 무수히 많다.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4만건의 화재가 발생한다. 인명 피해는 2천여명, 재산 피해도 1조원에 달한다. 기후 온난화로 산불이 발생하면 잘 꺼지지도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한 달 넘게 산불이 진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부터 인간은 이처럼 강력한 화마와 싸워야 했다.

2006년부터 소방공무원으로 현장을 누빈 저자가 불과 싸운 인류의 역사, 즉 소방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호모 에렉투스가 불을 활용하기 시작한 142만년 전부터 현대의 이르기까지 소방 약제, 소방 도구와 기술, 소방차, 경보 및 피난시설, 대화재의 경험과 교훈, 소방 조직과 소방관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부키. 736쪽.

▲ 부다페스트 = 빅터 세베스티엔 지음. 박수철 옮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는 다양한 세력의 침공으로 부침을 겪었다. 고난의 역사는 이름에도 남아 있다. 로마 시기에는 '아퀸쿰'으로, 마자르인 정착기에는 '부다'로, 튀르크 점령기에는 '부둔'으로 불렸다. 오늘날 헝가리인 대다수를 차지하는 마자르족은 번번이 혼자서 외세에 대항해야 했다. 17세기에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가문이 부다페스트를 차지해 제1차 세계대전까지 통치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나치 독일과 운명을 함께 했다. 헝가리를 통치한 호르티 미클로시는 히틀러의 충직한 부하로 유대인 학살에 앞장섰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소비에트연방에 영향을 받는 공산국가가 됐다.

헝가리는 여러 나라의 지배를 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다민족 국가가 됐다. 그중에서도 부다페스트는 유대인, 그리스인, 노르웨이인 등 다양한 민족들이 들어와 교류하면서 중부유럽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로 발전하기도 했다.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기자로 일한 저자가 곡절 많은 부다페스트의 역사를 소개한다. 저자는 유럽의 변경 지역으로서 "동양과 서양 사이"라고 불린 부다페스트의 다양한 풍경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까치. 592쪽.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