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엇갈린 운명…용산구청장 '무죄'

데일리한국 2024-09-30 19:50:27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4.9.30 사진=연합뉴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4.9.30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 전 서장은 금고 3년 형을 선고받은 반면 박 구청장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30일 이태원 참사 당시 용산경찰 및 구청 책임자들의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모두 참사 당시 안전 관리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전 서장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 송병주(53)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게는 금고 2년을, 박모 전 112 상황팀장에게는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 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서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한 바 있다.

재판부는 "축제를 맞아 군중이 경사진 좁은 골목길에 군집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치안 유지라는 구체적 임무가 부여된다"면서 경찰이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하고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해 할 임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골목에 수많은 군중이 밀집돼 보행자들이 한 방향으로 쏠리거나 넘어지며 서로 압박해 (보행자의) 생명, 신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고 이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이 전 서장에게 "참사 당일 오후부터 이태원에 유입되는 인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오후 6시 30분께부터 사고 부근 압사의 위험 및 인원 통제를 요청하는 112신고가 있었지만 112 자서망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거나 소홀히 대처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파 집중을 예방 통제하고 이를 관리할 경비 기능(담당 경찰관)의 참여가 필요하지만 별도로 경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며 "사고 당일 현장에 정보관을 배치하지 않는 등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박 구청장을 비롯한 유승재 전 용산구 부구청장, 최원준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 4명에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재난안전법령엔 다중 군집으로 인한 압사 사고가 재난 유형으로 분리돼 있지 않았고,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2022년 수립 지침에도 별도의 안전관리 계획 수립 내용 의무규정 역시 없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구청 내 당직실에 재난 정보의 수집 전파 등 상황 관리에 대한 기본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다른 자치구와 비교했을 때 특별히 미흡하지 않고 각종 근무 수칙 매뉴얼도 근무실에 배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외에도 이 전 서장과 박 구청장에게 공통 적용된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는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 전 서장은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자신의 현장 도착 시각을 조작하도록 부하직원에게 지시한 혐의, 박 구청장은 참사 사전 대책 미흡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 사실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서장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에게 할 말을 묻자 "죄송하고 또 죄송스럽다"고 하며 차량에 탑승했다. 

박 구청장은 선고 후 법정을 나오면서 '판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유족이나 희생자에게 할 말은 없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말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법원을 빠져나갔다.

선고 직후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유가족협의회는 박 구청장에 대해선 검찰의 즉각적인 항소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