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체코 이어 슬로바키아 '원전 수주' 시동거나…"전방위 협력할 것"

데일리한국 2024-09-30 15:52:01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를 맞이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도착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를 맞이하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을 공식 방문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30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해 교역·투자, 에너지, 국방·방산 등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피초 총리가 원자력 분야의 협력에 깊은 관심을 보인 만큼, 이번 만남이 '원전 동맹'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한-슬로바키아 정상회담..."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피초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가치 공유국이자 유럽의 중요한 파트너인 슬로바키아와 협력을 더욱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과 슬로바키아는 1993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이래 지난 30여 년간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이런 점에서 오늘 양국이 그간 협력의 경험을 토대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는 양국 협력 역사에 있어 새로운 이정표이자 미래 협력을 향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며 "양국은 전략적 동반자로서 새로운 30년을 함께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회담이 양국 간 교역과 투자를 비롯해 에너지, 공급망 등 포괄적인 분야에서 호혜적 협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피초 총리님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17년 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신 총리님과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갖게 돼서 아주 기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피초 총리는 "한국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서 정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총리직을 맡은 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첫 번째로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며 "한국이 전례 없는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만큼, 저희 양자관계도 그에 발맞춰 발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공식적으로 양국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됐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는 양국이 다른 협력 분야로 협력을 심화하고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원자력 분야 협력에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더욱더 깊은 논의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면서 "원자력을 포함해서 무역, 경제 투자 분야의 협력을 논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피초 총리에게 집무실 복도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피초 총리에게 집무실 복도 사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피초 총리는 "많은 한국 기업이 슬로바키아에 추가로 투자하고 싶어 한다"며 "저희는 이들에게 좋은 환경과 경제적인 조건을 제공하고 싶어 저희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이 이번에 동행했다"고 말했다. 

피초 총리는 "윤 대통령께서 제가 지난 5월 피격을 당했을 때 저의 빠른 쾌유를 빌어주셔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대통령께서 이뤄내신 모든 성취에 대해서도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피초 총리가 2007년 총리 재임 당시 방한한 뒤 17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주자나 차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과 약식 회담을 가진 적이 있지만, 피초 총리와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슬로바키아 정상의 양자 방한은 2018년 키스카 대통령 이후 6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슬로바키아 공식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슬로바키아 공식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교역 투자·방산·에너지·의료 등 전방위서 협력 강화 약속

두 정상은 이번 만남을 계기로 '대한민국과 슬로바키아 공화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공동성명에는 △정무·안보·국방 △경제통상협력 △과학·의료·사회·문화 △국제 협력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한반도 정세와 우리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도 담겼다. 피초 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과 함께 자유·평화·번영의 통일 한반도를 위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전례 없는 빈도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북한의 탄도미사일 수출과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조달을 포함한 북러 간의 군사 협력 확대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한 "반인도적 범죄에도 해당할 수 있는 북한 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계속되고 있는 북한 내 인권 상황을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북한 내 인권 증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납북자 억류자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하기로 했다.

정무·안보·국방 분야와 관련해선 장관급을 포함한 양국 외교부 간 정책 협의를 정례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또 양국 의회 간 교류 및 대화를 장려하는 등 다양한 수준에서 교류와 대화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밖에 한-슬로바키아 국방 협력 양해각서(MOU)를 바탕으로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지속하고, 사이버 안보 등 신안보 분야 협력 파트너십도 확대하기로 했다.

경제통상 분야에서의 협력도 증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슬로바키아 경제협력협정,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 양국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활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교역(지난해 기준 약 40억 달러)·투자(지난 3월 기준 15억 8000만 달러) 관계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두 정상은 인공지능(AI)·전자·녹색기술·로봇공학·자율 시스템·무탄소(CFE) 산업(원자력·수소·재생에너지 기술 등) 분야 협력을 촉진하기로 했다. 슬로바키아 현지에 투자하는 국내 기업에는 지역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연구개발(R&D) 운영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규범 기반 국제질서의 보존 △글로벌 금융 체제 △기후 변화 협상 △원자력 안전과 핵 안보 등 주요 글로벌 사안에 대해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측은 한-비세그라드 그룹 협력의 틀 안에서 고위급 회의, 정책 협의, 기타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협력을 증진하기로 했다. 또 국제비세그라드펀드(IVF)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평가하며, 향후 상호 관심사에 부합하는 공동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과학·의료·사회·문화 분야에서는 2013년 서명된 '한-슬로바키아 과학기술 협력 협정'을 바탕으로 양국 간 공동 연구와 협력의 기회를 모색하기로 했다. 또 양국은 보건의료 분야와 글로벌 보건 과제 대응에 있어 공조 의지를 확인했다. 이 밖에도 양측은 한국과 슬로바키아 간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슬로바키아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한국은 슬로바키아와 관계 격상을 통해 비세그라드 그룹 4개국(슬로바키아·체코·폴란드·헝가리) 전체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게 됐다.

양국 관계가 격상된 것은 1993년 수교 이후 31년 만으로, 두 정상은 양국 간 호혜적 관계를 심화하자는 의지를 공동성명 서문에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