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응온 꽈!] ③ 크림·토핑 올린 'K디저트'로 제빵 시장 공략

연합뉴스 2024-09-30 09:00:20

베이커리 스타트업 브래드 팩토리…현지화 전략으로 '아시아 영향력 톱10'

김상현 대표 "한국의 맛과 멋 담긴 빵·케이크 만들겠다"

[※ 편집자 주 = 전 세계가 K팝과 드라마를 즐기면서 우리의 음식 문화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특히 1992년 한국과 수교한 베트남에서 한식은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단골 메뉴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연합뉴스는 K푸드의 세계화를 위해 현지에서 활약 중인 재외동포 청년들과 이들이 야심차게 선보인 각양각색의 메뉴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응온 꽈'(ngon qua)는 베트남어로 '맛있어요'라는 뜻입니다.]

브래드 팩토리에서 만드는 다양한 'K디저트'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베트남인들은 한국인 만큼 빵을 사랑한다. '반미'라고 불리는 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로 끼니를 해결하는 모습은 현지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그러나 'K디저트'로 불리는 한국식 빵처럼 크림과 토핑이 풍부한 빵을 만드는 로컬 베이커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빵을 디저트로 여기는 문화가 보편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커리 스타트업 '브래드 팩토리'는 꼼꼼한 시장 조사와 현지화 전략을 통해 '빵도 디저트가 될 수 있다'는 기치를 내걸로 현지 제빵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8년 테스트베드 매장 운영을 거쳐 이듬해인 2019년 8월 하노이에 첫 매장을 열었고, 현재 5호점까지 확장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매장에는 하루 평균 1천400명이 방문한다.

브래드 팩토리에서 만든 빵들

브래드 팩토리의 제품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 베이커리에서 파는 제품과 종류가 비슷하지만 맛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현지화를 위해 베트남인들의 입맛을 세심하게 고려한 결과다.

소보로는 아몬드와 땅콩을 이용해 고소한 맛을, 모닝빵에는 버터와 계란 함량을 높여 담백함을 강조했다. 아직은 베트남에서 생소한 재료인 동물성 생크림을 이용한 케이크를 선보여 확연한 식감 차이를 만들어냈다.

또 매장마다 만들어내는 빵 종류를 달리 하면서 고객의 기호에 맞춘 '커스텀 베이커리 전략'을 취하고 있다.

브래드 팩토리는 화학첨가제 사용을 지양하고,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효모 종을 배양해 반죽을 빚는다. 이는 맛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한 것이다.

로컬 베이커리들은 화학첨가제를 다량 사용해 빠르게 빵을 발효한다. 반면 브래드 팩토리는 빵은 슬로우 푸드이기 때문에 천천히 발효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브래드 팩토리의 빵 반죽

특히 밀가루 등 모든 재료는 현지화 전략에 맞춰 베트남에서 생산된 것만 사용한다.

수입한 재료는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어 신선도에 한계가 있고, 식품안전법상 방부제가 의무적으로 첨가돼 있어 건강에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브래드 팩토리는 '당일 생산·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재고로 남은 빵은 가장 형편이 어려운 현지인들에게 매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인해 지난해 4월 '베트남에서 영향력 있는 브랜드 톱50'에 선정됐고, 같은 해 10월에는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기업 톱10'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상현 브래드 팩토리 대표

김상현(30) 브래드 팩토리 대표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베트남 식재료를 사용해 한국의 맛과 디자인이 담긴 빵과 디저트 케이크를 만들고 있다"며 "대중적이면서 가장 맛있는 맛을 내고자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지인들이 한국의 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하노이와 한국의 문화를 담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2017년 시장조사를 위해 하노이를 방문했다가 빠른 경제성장과 중산층 인구 증가 등으로 향후 베트남 외식 시장이 급속히 커질 것으로 예상해 현지 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한국에서 열린 각종 제빵대회에서 잇달아 우승했고, 해외 대회에서도 수상 실적을 올려 2016년에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2019년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그를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에 선정했다.

rapha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