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경계 아닌 내부에서 일어나는 한반도 지진 분석틀 제안

연합뉴스 2024-09-29 13:00:16

"제주도 화산유리 미세구조 분석"…지질연, 연구논문 17편 발표

연구팀이 제안한 양산단층 모델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국내 연구진이 판 경계가 아닌 내부에서 발생하는 한반도의 지진 특성에 적합한 새로운 연구방법을 제안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활성지구조연구센터는 지난 5년(2020∼2024년) 동안 한반도 제4기 단층운동과 화산활동에 대한 조사 결과를 담은 17편의 연구 논문을 국제학술지 '지오사이언스 저널'(Geosciences Journal) 10월호에 발표했다고 29일 밝혔다.

한반도 판 내부에서 일어나는 활성지구조(지구 표면의 응력과 그에 따른 지각변형인 단층과 지진, 화산 등을 연구하는 분야) 특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담았다.

지오사이언스 저널 특별호 표지

대형 지진은 서로 다른 두 개 이상의 지각이 만나거나 맞물리는 판 경계에서 발생한다.

다만 판 경계에서 발생하는 응력이 판 내부로 전달돼 내부에서도 지진이 날 수 있는데,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 대부분이 판 내부에서 일어난다.

한반도는 유라시아판-태평양판 경계로부터 500㎞ 떨어진 판 내부에 있어 상대적으로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2016년 경주에서 일어난 5.8 규모 지진을 계기로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지진 연구는 판 경계부에 집중돼 있어 한반도의 지진 특성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한반도의 판 내부는 지각변형의 속도가 느려 일본·미국 등 판과 판이 충돌하는 섭입대와 달리 단층운동과 화산활동의 주기가 길고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질재해연구본부 최진혁 본부장과 김태형 박사는 '느린 변형 영역에서 주향이동단층의 분할 기하학 : 한국 양산 단층 사례에 제안된 방법'이라는 연구논문을 통해 판 경계가 아닌 내부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 방법을 제안했다.

경주∼양산∼부산을 잇는 200㎞ 길이의 '양산단층'을 대상으로 판 내부 환경에 적합한 단층모델을 적용, 구간 별 지질·지형·지진 등 지정학적 특성을 종합한 한국형 단층모델을 제시했다.

지질연 화산연구단의 권창우 단장과 고선영 박사는 1만7천년 전 화산 분화로 형성된 화산체인 제주도 수월봉 화산의 마그마 배관시스템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수월봉 화산의 마그마 배관시스템 모델

제주도를 비롯해 백두산과 울릉도는 잠재적 분화 가능성이 있는 '홀로세 화산'(1만1천700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는 홀로세에 화산 분화 기록이 있는 화산)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수월봉 화산 마그마에서 생긴 '화산유리'(Volcanic glass·마그마가 급격하게 냉각되면서 만들어진 비정질 덩어리)의 미세조직 관찰과 특성 분석을 통해 화산체 하부의 마그마 배관시스템을 복원했다.

화산유리의 미세구조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새로운 연구 기법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수월봉 화산유리의 미세조직

최진혁 지질재해연구본부장은 "그동안 연구가 부족했던 한반도의 단층운동과 화산활동에 대해 최신 기법과 다학제적 연구를 적용해 특집호를 발간했다"며 "판 내부 활성단층과 활화산 연구를 통해 한반도 지질 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