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중계-ABS-1000만 관중… 새로운 역사로 기억될 2024시즌 KBO리그[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2024-09-29 07:00:00

[스포츠한국 이정철 기자] 심판이 스트라이크, 볼을 판단하던 시대가 끝났다. 대신 자동투구볼판정시스템(ABS)이 판정을 한다. 유무선 무료 중계 대신 돈을 지불해야 KBO리그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더불어 KBO리그에 타고투저가 다시 찾아왔다. 야구장은 응원문화를 즐기기 위한 팬들로 넘쳐났다. 너무나도 특별했던 2024시즌 KBO리그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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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시도한 2024시즌, 유료 중계와 ABS 도입

2024시즌을 앞두고 KBO는 큰 결단을 내린다. CJ ENM과 유료 중계를 조건으로 2024~2026 KBO리그 유무선 중계방송권 계약을 맺었다. 3년간 총 1350억원(연 평균 450억원).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의 유무선 중계권 금액이었다. 기존 유무선 중계권 계약 규모인 5년간 총 1100억원(연 평균 220억원)보다 연 평균 금액이 2배 이상 증가한 액수였다.

이를 통해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구단들은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다만 팬들의 반발은 컸다. CJ ENM의 OTT 서비스인 TVING이 KBO리그 유료 중계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네이버, 아프리카TV 등 수많은 플랫폼을 통해 무료로 KBO리그를 시청하던 야구팬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실제 야구팬들은 2024시즌 초반 TVING의 유료 중계 서비스에 큰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TVING은 3,4월 무료서비스, 이슈 되는 경기를 다각도로 분석한 ‘티빙슈퍼데이’를 통해 야구팬들에게 다가서며 점차 야구팬들의 마음을 열었다. 결국 많은 야구팬들이 TVING에 가입하면서 유료 중계 시대가 열리게 됐다.

더 놀라운 변화는 ABS였다. 사람 대신 기계가 볼 판정을 내리게 됐기 때문. 수신기로 ABS에 판정을 들은 심판이 스트라이크 콜을 선언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일본프로야구(NPB)에선 아직 사람이 판정을 하는 것과 달리 KBO리그만 전 세계 유일하게 ABS를 도입했다.

처음엔 선수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ABS에 스트라이크존을 신뢰하고 환영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스트라이크존에 정확성을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었다. 그러나 팬들은 환호했다. 더 이상 심판마다 달라지는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도 점점 ABS를 믿기 시작했다. 감독, 코치, 선수 모두 벤치에 구비된 태블릿을 통해 ABS 판정을 꾸준하게 확인할 수 있었고 모두 판정의 정확성을 인정했다. 이로 인해 선수의 볼 판정 항의는 사라졌다. ABS는 2024시즌 ‘신의 한 수’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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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타고투저의 시대

KBO리그는 2014시즌부터 2018시즌까지 '타고투저' 시대를 경험했다. 2014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제도가 기존 2명 보유, 2명 출전에서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변경했고 이 제도로 인해 각 팀들은 외국인 타자 1명을 타선에 배치했다. 그동안 외국인 투수 2명으로 고착화됐던 것과 다른 흐름이었다. 여기에 공인구 반발계수가 커지면서 KBO리그는 걷잡을 수 없이 타고투저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KBO리그의 '타고투저' 시대는 2019시즌 막을 내린다. 리그 OPS(장타율+출루율)가 2018시즌에 비해 0.081이나 뚝 떨어졌다. 2020시즌 다시 리그 OPS가 올라갔지만 이후 2023시즌까지 하향곡선을 그렸다. 2023시즌 리그 평균자책점은 4.08, OPS는 0.703으로 2012시즌 이후 11년 만에 최저 평균자책점, 최저 OPS였다. 뚜렷한 투고타저였다.

하지만 2024시즌엔 다시 타고투저 시대로 접어들었다. 25일까지 2024시즌 리그 OPS는 0.772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무려 0.069 늘어난 수치다. 특히 홈런수는 지난해 924개에서 올해 1417개로 늘어났다. 지난해 30홈런을 넘긴 타자가 노시환 한 명뿐이었다면 올 시즌엔 24일까지 7명이다.

이러한 타고투저의 원인으로는 ABS가 꼽히고 있다. 그동안 주심들의 성향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이 달라졌다면 현재는 타자들의 신장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이 조정된다. 이로 인해 타자는 자신만의 고정된 스트라이크존을 활용하고 투수들은 타자마다 변화된 스트라이크존을 마주한다. 투수보다 좀 더 쉽게 ABS에 적응할 수 있는 타자들이 위력을 발휘한 한 해였다.

김도영. ⓒ연합뉴스 김도영. ⓒ연합뉴스

▶치열한 순위 싸움, 1000만 관중까지

2024시즌엔 치열한 순위 싸움까지 동반됐다. 정규리그 우승 경쟁은 KIA 타이거즈의 압도적인 질주로 싱겁게 끝났지만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 싸움은 매우 치열했다. 지난 8월24일까지 5위 SSG 랜더스부터 8위 롯데 자이언츠까지의 거리는 3경기 차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후반기에도 하위권팀 모두가 가을야구를 꿈꿀 수 있는 형국이었다.

9월말 롯데와 한화 이글스가 5강 싸움에서 이탈했지만 5위 kt wiz와 6위 SSG 랜더스는 25일까지 0.5경기차 치열한 5강 경쟁을 벌이고 있다.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5위 타이브레이크 경기가 열릴 가능성까지 점쳐질 정도였다.

타고투저 시즌에 치열한 순위싸움까지 더해지자 관중수는 폭발했다. KBO리그 응원 문화에 매료된 젊은 여성 관중들이 늘어났고 이는 야구장 풍경을 많이 바꿨다. 수많은 유니폼과 관련 상품들이 등장했고 선수들도 여러 유니폼을 입었다. 오렌지색 유니폼의 대명사인 한화가 파란색 유니폼을 착용해 ‘푸른 한화’로 불린 것이 대표적이다.

폭발적인 관중 증가세는 시즌 막판까지 이어졌다. 결국 지난 15일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10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코로나19 여파, 국제대회 부진으로 인해 야구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젖힌 것이다.

허구연 KBO 총재. ⓒ연합뉴스 허구연 KBO 총재. ⓒ연합뉴스

유달리 변화가 맞았던 2024시즌. 유무선 유료 중계, ABS 판독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더니 타고투저, 치열한 순위싸움, 구름관중이 찾아왔다. KBO리그 역사에서 가장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2024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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