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틈이 없는 3시간…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연합뉴스 2024-09-29 00:00:49

'최고 발레리나' 입증한 강미선…주·조역의 환상적 호흡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주·조역을 가리지 않은 무용수들의 쉴 새 없는 '발레 퍼레이드'에 공연 3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유니버설발레단이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시작한 '라 바야데르'는 대작 발레 공연을 애타게 기다리던 팬들에게 선물과도 같았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클래식 발레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리우스 페티파가 1877년 만든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의 5대 예술감독인 올레그 비노그라도프가 1999년 초연한 뒤 꾸준히 공연되는 이 발레단의 단골 레퍼토리다.

웅장한 무대 세트와 보석으로 치장한 코끼리, 400벌 넘는 화려한 의상 등 볼거리와 함께 정교하면서도 화려한 안무가 끊임없이 펼쳐진다.

수많은 발레 춤사위 중 단연 돋보인 것은 주인공 '니키아'를 연기한 유니버설발레단의 간판 발레리나 강미선의 춤사위였다. 지난해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여성무용수상을 받은 강미선은 2018년 이후 6년 만에 연기하는 '니키아'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무대 인사를 하는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공연 도중 총 4벌의 의상을 바꿔 입고, 머리 모양도 세 차례나 수정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강미선은 중심을 잃지 않았다. 해야 할 동작을 차근차근 수행해내는 강미선의 표정에서는 여유마저 느껴졌다.

특히 3막에서 펼쳐진 연인 '솔로르'와의 파드되(2인무)는 '화룡점정'이었다. 20년간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함께 한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은 호흡을 선보였다. 노보셀로프가 강미선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는 동작은 실제로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을 불러올 정도였다.

'니키아'라는 큰 숙제를 마무리한 강미선은 28일 저녁 질투에 눈이 멀어 '니키아'를 독살하는 '감자티' 역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주역 무용수들의 무대 못지않게 조역들의 춤도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솔로르'와 '감자티'의 결혼식 장면인 2막은 압도적인 규모의 무대 배경과 화려한 소품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어 펼쳐진 인도 무희들의 부채춤과 물동이 춤, 앵무새 춤은 '라 바야데르'가 150년 가까이 전 세계 발레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를 증명했다. 온몸을 황금색으로 칠한 '황금 신상'의 춤과 전사들의 춤도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이라이트는 3막의 '망령들의 군무'였다. 독살된 '니키아'를 만나기 위해 '망령의 세계'를 찾은 '솔로르'의 눈앞에 펼쳐지는 이 장면은 '백조의 호수'의 '밤의 호숫가'와 '지젤'의 '윌리들의 숲'과 함께 3대 '발레 블랑'(Ballet Blanc, 백색 발레)으로 꼽힌다.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중 '망령들의 군무'

새하얀 튀튀(고전 발레에서 쓰이는 스커트 모양의 무대 의상)와 스카프를 두른 32명의 발레리나가 한명씩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은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정교하게 빚어낸 춤에 압도당한 객석에서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성공적인 첫 무대를 마친 유니버설발레단은 28일과 29일 이틀간 네 차례 추가 공연을 한다. 29일 저녁 마지막 공연에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입단을 앞둔 전민철이 '솔로르' 역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