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낯 드러난 대한축구협회, 이번 청문회는 ‘시작’이었을 뿐이다 [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2024-09-28 10:00:00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대한축구협회는 ‘한고비 넘겼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감독 선임 당시부터 매번 ‘이번 고비만 넘기자’였겠지만 매달 새로운 고비가 생기는 형국이다.

전국민의 관심 속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대한축구협회 현안 질의가 진행됐다.이후 대한축구협회의 민낯이 세상에 드러났다. 현실을 마주한 국민들이 실망감을 드러낸 지금이 끝이 아니다. 이후 문체부의 축구협회 감사 중간 발표, 국정감사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출석 등이 10월에 예고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축구의 최상위 기관으로 기세 등등하고 자만했던 대한축구협회에게 이번 청문회는 ‘시작’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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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난 홍명보 선임 절차의 문제들

지난 2월 아시안컵 성적 부진 책임을 지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된 후 6개월간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는 새 감독 찾기에 몰두했다. 10번의 회의 후 1차로 제시 마시 감독 부임이 유력했지만 주춤한 사이 캐나다 대표팀이 데려갔다. 이후 전강위는 홍명보,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을 최종 후보 3인으로 올렸고, 정해성 위원장이 정몽규 회장에게 홍명보를 적임자로 보고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홍명보로 하더라도 두 감독을 대면 면접하라”고 지시하자 이에 반발한 정해성 위원장이 사임하면서 일이 꼬였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이임생 총괄이사가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은 상황에서 위원장 대행이 됐고 포옛, 바그너 면접을 진행한 후 홍명보를 만나 감독으로 선임했다.

이번 현안 질의에서는 정해성 위원장이 돌연 사임하게 된 이유, 사임 이후 제대로 된 절차를 밟지 않고 홍 감독을 선임한 배경, 그리고 홍 감독을 만난 이임생 이사가 면접을 본 것인지, 선임을 부탁한 것인지에 대해 집중 질문이 이어졌다.

답은 간단했다. 대한축구협회는 변명 혹은 영혼 없는 ‘다음에 잘하겠다’는 말뿐. 특히 정해성 위원장 사임 이후 이임생 이사가 나서서 홍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절차가 완전히 잘못돼 효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변명조차 하기 힘들어하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임생 이사가 홍명보 감독으로 결정하고 전강위의 동의를 받는 부분은 ‘회유’로 보일 수 있는 부분도 있었고, 이임생 이사는 이같은 질타에 울먹이며 자신이 사퇴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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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을 분노케 한 대목들

이런 상황 속에 대한축구협회 대표로 나온 이들의 말들은 국민들을 더 분노케 했다. 홍명보 감독은 계속된 선임 절차 문제에 대한 지적에도 “불공정하거나, 아니면 특혜가 있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라면서 "난 전력강화위에서 1순위로 올려 놓았기 때문에 감독직을 받은 거였다. 혹시 2위라든지 3위였다면 난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가대표팀에 마지막 봉사를 하려했다”며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홍 감독의 연봉은 2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연스레 국민들은 ‘20억짜리 봉사가 어딨냐’며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국회의원들의 질타에 수없이 말을 더듬고 동문서답하는 모습으로 대한축구협회 뿐만 아니라 현대가 출신으로써 HDC 회장인 자신의 민낯 마저 드러내 버렸다.

이임생 이사는 자신에게 답변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자 “사퇴는 하겠지만 제 명예가 달린 일”이라며 억울해했다. 이에 전재수 위원장이 따로 발언 시간을 주자 뜬금없이 “대표 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제일 힘든 게 잔디 때문에 뛰기 힘들다는 얘기들을 너무 많이 했다. 위원님들이 한국 축구를 위해서 좋은 잔디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게 도와주시라”는 맥락 없이 뜬금없는 얘기를 했다. 물론 국가가 운영하는 시설공단에서 축구장 잔디보수를 하기에 잔디 관리의 주체는 국가가 맞지만 자신의 억울함을 얘기하라고 준 시간에 맥락 없는 얘기를 꺼내 국민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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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인식 동떨어져 변명만… 이게 끝이 아니다

8시간 가까이 진행된 현안 질의를 통해 한국 축구 최상위기관이라는 대한축구협회 책임자들의 민낯을 바라보게 된 국민들. 홍명보 감독 포함 3명의 최종 후보군을 단 PPT 1장으로 평가하고 그마저도 홍 감독은 칭찬일색, 외국인 감독은 부정적 평가만 있는 허접한 보고서를 국민들 보라고 낸 대한축구협회의 행정력과 안일함은 얼마나 축구팬들을 우습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단편이기도 했다.

현실인식과 동떨어진 갈라파고스섬에 있는 듯한 대한축구협회의 변명들은 그저 ‘손흥민-이강인’ 등 인기스타에 기대 경기장에 많은 관중을 찾는 것이 순전히 자신들의 능력 때문이라고 착각했기에 일어난 일이다.

일단 대한축구협회는 한 고비 넘겼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홍 감독 선임 이후 비난 여론이 거셀 때도 ‘9월 A매치만 이기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전쟁중인 팔레스타인을 한국으로 불러들여서도 이기지 못하며 여론은 더 악화됐었다.

이번에도 청문회를 넘겼지만 당장 10월2일 장미란 차관이 7월부터 주도한 문체부의 대한축구협회 중간 감사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 이어 10월22일에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정몽규 회장이 채택됐으며 홍명보 감독 역시 증인으로 불려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10월10일에는 요르단 원정경기를, 10월15일에는 만만치 않을 이라크와 홈경기도 있다. 경기 결과까지 좋지 않다면 감사 발표, 국감까지 겹쳐 이미 바닥을 찍은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국민 여론은 지하를 파고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청문회가 어쩌면 가장 약한 ‘시작’이었는지 모를 대한축구협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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