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리포트] 현장 발로 뛰는 '열정맨' 박상신 대표…"DL이앤씨 역동성 되찾아"

데일리한국 2024-09-28 09:00:00
박상신 DL이앤씨 신임 대표이사. 사진=DL이앤씨 제공 박상신 DL이앤씨 신임 대표이사. 사진=DL이앤씨 제공

[데일리한국 이연진 기자] DL이앤씨가 최근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하반기 수익성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서영재 전 대표가 새로운 CEO로 선임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개인적인 사유로 그만두고 이뤄진 이번 수장 교체는 위기에 적극 대응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 7월 말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장에서 CEO로 발탁된 박상신 대표는 현재 혼란스러운 DL이앤씨를 정비하고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하는 과제를 맡게 됐다.

새로 선임된 박 대표는 주택사업에만 30년 이상 몸을 담은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박 대표는 1985년 DL건설의 전신인 삼호에 입사한 뒤 고려개발, 대림산업(현 DL이앤씨), 진흥기업에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올해 초  DL건설의 대표에 선임된 동시에 DL이앤씨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았고, 이어 DL이앤씨 대표도 겸직하게 됐다. 

박 대표는 40년 가까운 회사생활을 하면서 주택사업, 경영기획, 인사총무, 마케팅 등을 두루 경험하며 위기 상황마다 조직을 진두지휘하고 성공적으로 회사를 이끌어 내부적으로 '실무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림산업 대표 시절인 2019년 분양 사업 활성화 등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었고, 삼호에서는 과감한 사업 정리와 위기 경영방식으로 워크아웃 졸업을 통한 경영 정상화를 이뤄낸 적이 있다.

DL이앤씨는 올해 새로운 대표가 두 번이나 사임하며 수장이 계속 교체되는 등 혼돈의 과정을 겪고 있다. 또 주택사업 부진과 영업이익 감소, 높은 원가율이 개선되지 않아 수익성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만큼 박 대표가 실적 개선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실무형 리더' 진두지휘…잇따른 수주 성과로 이어져

DL이앤씨가 주택사업 운영 경험이 많은 박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지만 건설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대내외적인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DL이앤씨의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89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이 32.5% 줄어든 609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도 마찬가지다. 매출은 2조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26억원에 그치며 54.7% 줄었다.

영업이익이 감소하자 DL이앤씨는 올해 매출 목표치를 8조9000억원에서 8조6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하기에 이르렀다. 영업이익은 5200억원에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든 2900억원으로 44.2% 낮춰 잡았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율이 크게 상승해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신규 주택사업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실적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DL이앤씨 측은 실적과 관련해 "올해도 어려운 업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원가 관리를 통해 차별화된 이익 개선을 이루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박 대표가 주택사업본부장 출신인 만큼 성과와 역량이 검증된 리더를 통해 건설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신사업에 속도를 내겠다"고 의지를 내보였다. 

박 대표 취임 이후 DL이앤씨는 재건축·재개발 정비사업 수주에 청신호가 켜지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등 역동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주말에도 시간을 쪼개 현장을 직접 찾아 신규 수주에 힘을 보태는 박 대표의 '열정'이 DL이앤씨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실제 박 대표 선임 후 단 2주 만에 DL이앤씨는 도곡개포한신 재건축 공사를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공사비 4142억원 규모의 아산탕정 HUG(주택도시보증공사)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사업 신축 사업을 따냈다. 또 5000억원 규모의 한국수력원자력 양수발전소 1·2호기 토건공사도 계약했다. 

DL이앤씨는 여세를 몰아 올 하반기 한남5구역 재개발을 비롯해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적극적인 수주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 재개발 대어인 한남5구역 시공사 수주전에는 현재 단독 참여 중이다. 1차에 이어 2차도 DL이앤씨 단독 입찰이 유력해지면서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다. 

한남5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 60번지 일원에 지하 6층~지상 23층, 51개 동, 공동주택와 오피스텔 1개 동 등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공사비만 1조7000억원에 달한다. DL이앤씨 매출에서 주택부문 비중이 60%가 넘는만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도 주택사업 전문가로 현장 경험이 풍부한 박 대표가 하반기 도시정비사업을 이끌고 원가율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SMR 등 새로운 포트폴리오에도 적극 나서

박 대표가 해결해야 할 또다른 과제로 해외시장 공략과 수익성 개선이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박 대표는 주택사업에 집중하면서 변동성이 적고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소형모듈원전(SMR) 투자를 강화하는 등 친환경 신사업을 본격화하는 것도 새 먹거리 찾기의 일환이다. 지난달 21일에는 DL그룹 본사에서 노르웨이 원전기업 노르스크원자력(Norsk Kjernekraft)과 SMR 개발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DL이앤씨·DL에너지는 노르스크원자력과 협력해 노르웨이 수도 베르겐 인근 몽스타드 지역에 위치한 정유공장에 SMR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DL이앤씨는 이미 미래 신사업으로 책정한 SMR 사업에 2000만달러(약 250억원)를 투자하며 미국의 X-energy와 협력해 글로벌 SMR 플랜트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및 활용(CCUS) 사업과 수소·암모니아 사업 역시 아시아 등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