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휴전 압박에 찬물 끼얹은 네타냐후…"온힘 다해 공격"

연합뉴스 2024-09-27 16:00:34

3주 휴전안, 이스라엘-헤즈볼라 양측 모두 수용 쉽지 않아

헤즈볼라, 휴전 위해선 이란의 묵인 필요하다는 분석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충돌이 전면전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전력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거듭 공언했다.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이 제안한 '3주 휴전안'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 모두가 수용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AP 통신은 다음날 유엔 총회 연설을 위해 26일(현지시간) 뉴욕에 도착한 네타냐후 총리가 헤즈볼라와의 충돌에 대해 "온 힘을 다해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정책은 명확하다"며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고 무엇보다 북부 주민들을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낼 수 있을 때까지 헤즈볼라에 대한 총력 공격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NYT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휴전 전망은 아직 어둡다고도 분석했다.

미국의 3주 휴전안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서방은 물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아랍권도 지지를 표하며 압박에 가세하고 있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양측 모두 이를 거부할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일단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의 휴전이 이뤄질 때까지 하마스와 연대한 싸움을 계속하겠다고 거듭 밝혀왔다.

그런 헤즈볼라가 가자지구의 휴전이 성사되지 않았는데도 공격을 중단한다면 동맹과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반면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국경에서 영구히 철수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전쟁 발발 이후 1년간 지속돼온 북부 국경지대의 불안정한 안보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를 원하지, 일시적인 휴전을 바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중동 전문가 마이클 스티븐스는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일시적인 휴전책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자신들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왜 좋은 홍보 거리가 되도록 휴전 협상에 임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각자 원하는 조건에 모두 미달하는 만큼 양측 모두 휴전안 수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 측근을 포함해 고위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미국 측과 휴전 가능성을 비공개로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아직 공식적으로는 이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을 직접 거부하기 직전에 멈춰선 듯한 모양새지만, 이스라엘 내각 일부에서는 일시적 휴전 협상 가능성을 일축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북부에서는 휴전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헤즈볼라 테러조직을 상대로 승리하고 북부 주민들이 안전하게 귀환할 때까지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헤즈볼라도 아직 휴전안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가 휴전안에 타협하려면 이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헤즈볼라는 이란의 지원을 받아 창설됐고 지금껏 이란의 '대리 세력'으로 자리매김해온 만큼 가자전쟁 휴전이라는 목적 달성 없이도 이스라엘과의 대치에서 물러서려면 이란의 묵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수석분석가 폴 세일럼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최근 유엔 총회 연설이 이란의 입장 변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짚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야만성을 비난하며 양측의 충돌이 지역 전체를 집어삼키기 전에 국제사회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일럼은 이런 발언이 헤즈볼라에게 '이봐, 1년 동안 잘 해왔어. 이제 그만 물러나도 돼'라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