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 고조에…서방, 전면전시 레바논서 자국민 피란 방안 검토

연합뉴스 2024-09-27 13:00:11

레바논 남부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거세지자 피란길에 오른 주민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무력충돌이 격화하면서 서방 국가들이 전면전 발발 시 레바논에서 자국민을 안전히 대피시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서방 외교가에선 레바논과 인접한 지중해 섬나라 키프로스와 튀르키예가 주요 피란처로 주목받고 있다.

키프로스와 레바논을 잇는 항로의 길이는 264㎞로 배를 이용하면 많은 인원의 피란민을 한 번에 이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로를 이용할 때 소요되는 시간은 10시간이고 비행기로는 40분만에 이동이 가능하다.

그런 까닭에 키프로스는 2006년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이 전쟁을 벌였을 당시에도 6만명에 이르는 피란민을 수용한 바 있다.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니코스 흐리스토둘리디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의 질의에 "유럽연합(EU)뿐 아니라 다른 제3국까지 많은 국가로부터 요청을 받았다. 우리는 필요할 경우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레바논에 자국민 1만명이 머물고 있는 영국도 필요시 키프로스 내 영국군 군사기지를 피란에 활용할 수 있도록 병력과 군함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레바논과 시리아를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는 튀르키예 역시 레바논까지의 직선거리가 200㎞에 미치지 못해 유력한 피란처로 거론되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이에 튀르키예와 협력해 필요시 레바논 트리폴리항에서 튀르키예 남부 메르신항까지 피란선을 운행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현재 레바논에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서방 주요국 국민 수만명이 머물고 있다.

특히 레바논계 이중국적자들은 피란 권고에도 오히려 줄지어 레바논행 비행기를 타고 있다고 외교관들은 전했다.

서방 국가들은 자국민들에게 레바논을 즉시 떠날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아직 의무적인 대피 명령을 내리지는 않은 상황이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