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잡으려다 서민 등골 휘나…아르헨 빈곤율 53%로 급증

연합뉴스 2024-09-27 09:00:49

작년 하반기보다 11%p 넘게 상승…"2003년 이후 최악"

아동 빈곤율은 66% 웃돌아…책임 소재 놓고 정치적 공방

아르헨티나 대통령 집무실(카사 로사다) 인근 공원의 노숙자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아르헨티나 국민 절반 이상이 기본적인 생계유지를 하기 어려운 빈곤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상황이 악화한 것으로, 수치상 2003년 이후 가장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은 올 상반기 빈곤율이 52.9%로, 지난해 하반기 41.7%에서 11.2%포인트 상승했다고 26일(현지시간) 홈페이지[https://www.indec.gob.ar/indec/web/Nivel4-Tema-4-46-152]를 통해 밝혔다.

빈곤율은 소득 수준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미치지 못하는 빈곤선(LP) 아래 인구를 뜻한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 수치는 21년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지난해 12월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520만명 넘는 이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셈이라고 현지 일간 페르필은 보도했다.

최소한의 먹거리 수요마저 충족할 수 없는 극빈율은 18.1%로, 이 역시 지난해 하반기보다 6.2%포인트 늘었다.

14세 미만 아동 빈곤율은 66.1%에 달했다.

라나시온은 "사회에서 보호받아야 할 계층을 줄이려는 정부 노력에도 빈곤율은 드라마틱하게 상승했다"고 꼬집었다.

정부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충격 요법'이라며 몰아붙인 긴축 재정 정책이 되레 중산층과 서민 붕괴 우려를 심화했다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설하는 밀레이

밀레이 정부는 출범 후 지난 8개월여 간 월간 인플레이션을 지난해 12월 25.5%에서 4.2%까지 끌어내렸다.

연간 인플레이션으로 보면 236.7%(8월)로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밀레이 정부 재정정책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는 각종 생필풍 가격 통제 제도 폐지,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 50% 넘는 현지 통화(페소) 평가절하 등의 영향이 큰 데, 이 과정에서 빈곤층이 더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마누엘 아도르니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통계청 수치 공개 전임에도 '빈곤율 증가'를 방어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유튜브로 생중계된 회견에서 "우리 정부는 페론주의자들로부터 비참한 상황을 물려받았다"며 "만성 인플레이션을 야기한 전임자들의 무절제한 지출로 가난한 나라가 될 위기에 놓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 클라린은 빈곤층 증가의 근본 원인을 놓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전임 정부를 비난하는 현 정부 지지자와 밀레이 충격요법을 성토하는 반대파 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