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생기부에 산만하다가 뭡니까?…호기심 많다로 바꾸세요"

연합뉴스 2024-09-27 09:00:32

"반성문, 성찰적 글쓰기로 바꾸고, 학생에게 쓰겠는지 물어보세요"

"교육청과 교장·교감 선생님, 학교현장 관리 제대로 하는지 의문"

[※ 편집자 주 = 윤미숙 교사노조연맹 부위원장 인터뷰 기사는 분량이 많아 네 차례로 나눠 송고할 예정이었으나 다섯 차례로 늘립니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교육 현장 문제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이 네 번째 기사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지난 6일 [삶] "수업중 어려운 수학문제 풀지 마세요, 우리아이 열등감 느껴요"[http://www.yna.co.kr/view/AKR20240903029000505?section=search], 두 번째 기사는 12일 [삶] "교사 주제에 어디서…부모와 함께 와서 무릎 꿇고 빌어라"[http://www.yna.co.kr/view/AKR20240911074900505?section=search], 세 번째 기사는 20일 [삶] "여교사 엉덩이 툭 치고, 임신한 선생님 성희롱하는 초중고생들"[http://www.yna.co.kr/view/AKR20240917016000505?section=search] 이라는 제목으로 각각 송고됐습니다. 다섯번째 기사는 교육계 문제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인데 송고 시기는 유동적입니다. [삶]은 자서전적 인터뷰여서 개인 스토리와 개인 사진이 많이 들어갑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윤미숙 교사노조연맹 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윤근영 선임 기자= "자녀들 초중고 생활기록부에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고 호기심이 많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주의가 산만하고 수업에 집중하지 않은 채 딴짓한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이런 학생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지 못하고, 좋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윤미숙(44) 교사노조연맹 제2부위원장 겸 정책실장은 지난달 28일에 이어 이달 2일과 4일 연합뉴스와의 세 차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학생에 대해 사실대로 생기부에 작성하면 교감과 교장 선생님이 수정하라고 한다"면서 "일선 선생님으로서도 학부모의 민원을 받는 것보다는 그냥 좋게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은 잘못한 학생에게 사과하라는 말도 하지 못하고, 반성문 쓰라는 말도 못 한다"면서 "이는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부위원장은 "반성문을 쓰라고 지시하기보다는 성찰적 글쓰기를 한 번 해보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조심스럽게 권유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0년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을 폭행한 '오장풍 사건'을 계기로 학생 인권조례가 제정됐다"면서 "그 이후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고, 선생님을 무시하고, 조롱해도 교사는 이를 저지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학생의 인권과 선생님의 교권이 균형을 이루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데 국회의원들과 교육부, 교육청 공무원들은 자기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하느라 현장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부산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성장한 윤 부위원장은 부산교대를 졸업한 뒤 2004년부터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2020년 부산교사노조 창립위원장에 이어 2021∼2022년 2대 위원장을 맡았다.

작년에는 전국 초등교사노조 정책실장 겸 대변인, 올해부터 교사노조연맹 정책실장 겸 제2부위원장, 전국초등교사노조 수석 부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선생님, 왜 학교에 안 나오시나요"

<1차 인터뷰 기사 내용 요약>

-[삶] "수업중 어려운 수학문제 풀지 마세요, 우리아이 열등감 느껴요"(9월6일 송고)

교사노조연맹은 2017년 12월 창립됐다. 7년 만에 조합원이 12만5천명으로 늘어났고 20대, 30대 교사들이 주축이다. 교사노조는 이념보다 실리를 추구한다. 굳이 이념으로 따지자면 우(右)도 아니고 좌(左)도 아닌 중도다. 이런 점 때문에 젊은 교사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일부 초등생 학부모는 선생님에게 수학 시간에 어려운 문제를 풀지 말라고 하고, 받아쓰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틀린 것은 빗금 치지도 말라고 한다. 자기 아이가 상처받거나, 열등감을 느끼거나, 기분 나빠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이초 사태 이후에도 교권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조심하는 학부모도 있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선생님을 괴롭힐 수 있구나'라고 엉뚱하게 학습한 사람도 있다. 그동안 몰랐던 선생님 괴롭히는 법을 알게 됐다면서 그걸 써먹으려 한다.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동안 국회의원들, 교육부·교육청·지자체 공무원들이 진정으로 교권 개선을 위한 정책보다는 자기들 생색내기 정책에만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2차 인터뷰 기사 내용 요약>

-[삶] "교사 주제에 어디서…부모와 함께 와서 무릎 꿇고 빌어라"(9월12일 송고)

"칼 맞고 싶냐?", "교사 주제에 어디서 말대답이야", "아이 학업에 지장이 있으니 선생님은 임신과 결혼 미뤄주세요", "선생님 처녀죠? 애 낳아보면 알 거예요", "선생님 수능 몇등급이었어요?", "선생님 모친상 장례가 3일인데 왜 5일이나 자리 비워요?", "우리 아이에게 시간 맞춰 약 먹이세요", "몇 시에 기침을 몇 번 했는지, 체온은 얼마인지 체크해서 보내주세요", "나 변호사인데, 이러면 선생님이 곤란해져요". "난다긴다 하는 우리 남편들 나서면 선생님 힘들어져요"

이는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과 협박 내용이다. 어떤 학부모는 교사의 부모까지 함께 와서 무릎 꿇고 사죄하라고 협박한다,

현행법상 아이의 기분이 나빠지기만 해도 학부모가 정서적 학대로 선생님을 신고할 수 있다. 백승아 의원이 이런 법률을 수정하자고 제안하자 학생인권특별법 제정을 주장하는 민변, 일부 학부모 단체, 학생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다.

국가인권위는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한 '분리 지도'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장했다. 잘못의 뜻이 없는 '개별적 교육지도' 같은 용어를 쓰라는 것이다. 분리 지도라는 용어는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아이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가 인권위의 이런 입장은 교실에서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이 당하는 인권침해를 간과하는 것이다.

<3차 인터뷰 기사 내용 요약>

- [삶] "여교사 엉덩이 툭 치고, 임신한 선생님 성희롱하는 초중고생들" (9월20일 송고)

중고교의 남학생들은 복도에서 선생님의 엉덩이를 툭 치거나 일부러 부딪히는 일이 있다. 그건 성추행인데, 여선생님은 그 학생을 불러 세워서 뭐라고 하기 어렵다. 학생은 그런 행위를 안 했다고 발뺌하는데, 선생님이 그 학생과 했다 안했다를 놓고 다투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수업 중에 학생들이 성적(性的)으로 선생님을 모욕하는 일도 있다. 임신한 여선생님 뒤에서 '00해서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선생님이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생들이 이런 성희롱을 한다.

교권이 무너지면서 선생님들이 이런 학생들을 강력히 제지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학생 인권 못지않게 선생님들의 인권과 교권이 지켜져야 정상적 교육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아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 국회의원들과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관련 법령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선배님, 하늘나라에서는 울지 마세요"

다음은 4차 인터뷰 기사 일문일답.

-- 본인은 초중고 시절 선생님한테 맞은 적이 있나.

▲ 내가 초중고에 다닐 때는 학교에 체벌이 있었던 시절이었다. 내가 중학교 때 반장을 한 적이 있었다. 음악 기간제 선생님이 있었는데, 착하고 여린 성격이었다. 음악 시간에 우리가 떠들었더니 화가 난 선생님이 "너희들은 다음 시간에는 오지 마"라고 했다.

-- 선생님이 화가 많이 난 듯하다.

▲ 우리는 그다음 음악 시간에 음악실로 가지 않았다. 반장인 내가 "선생님이 오지 말라고 했으니 우리 가지 말자"라고 했고, 우리 반 아이들은 그 시간에 교실에 그냥 앉아 있었다.

-- 말뜻을 못 알아듣고, 집단 행위를 했으니 음악 선생님이 더 화가 났을 듯한데.

▲ 우리는 방송실에 불려 갔다. 거기에 음악 선생님은 없었고, 당시 생활지도 부장이었던 여자 체육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선생님이 내 뺨을 두 대 때렸다. 부반장을 포함한 몇 명도 맞았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은 말로 혼났다. 선생님은 "반장이 돼서 아이들을 선동해서 수업에 안 가면 되냐?"고 했다. 나는 "음악 선생님이 오지 말라고 해서 안 갔는데요"라는 말을 하려다 그만뒀다. 더 맞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속으로 "그냥 음악실로 오라고 말씀하시지, 오라고 하셨으면 갔을 텐데"라면서 음악 선생님을 원망했다. 그때는 내가 철이 없었다.

-- 지금은 학교에서 체벌은 완전히 사라졌나.

▲ 2010년 '오장풍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었던 오모 교사는 아이들을 폭행해 날려버린다고 해서 오장풍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당시 오 교사가 아이들을 때리는 영상이 공개돼 사회문제가 됐고, 이때부터 학교 체벌이 금지됐다.

-- 오장풍 사건 이후로 학생 인권조례 제정이 시작됐나.

▲ 그렇다. 학생 인권이라는 이름 뒤에 교권 추락이 있었다. 아이들이 교사를 무시하는 발언과 조롱하는 행동을 해도 교사들은 막을 수 없었다. 수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업 방해는 심각했다. 학생 인권을 지나치게 우선시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다.

"우리 토요일 모이죠. 답답해서 안 되겠습니다"

-- 요즘에는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반성문 쓰라는 말도 못 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 가능하면 그런 말을 안 한다.

-- 왜 안 하나.

▲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기분을 나쁘게 하고 잘못했음을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것이어서 인권 침해라는 것이다. 요즘은 반성문이라고 하지 못하고 '성찰적 글쓰기'라고 한다.

-- '성찰적 글쓰기'는 반성문과 무엇이 다른가.

▲ 학생이 기분 나쁘지 않게 자율적으로 쓰도록 하는 것이다. 강압적으로 "네가 잘못했으니까 쓰라"고 하는 게 아니라 "네가 잘못한 것 같지 않니?. 무엇을 잘못했을까?"라고 하면서 쓰기를 유도한다. 반성문은 잘못한 것을 전제로 하지만 성찰문은 그렇지 않다.

-- 초등학교에서 아이들끼리 싸웠을 때 사과시키는 것은 어떻게 하나.

▲ 과거에는 선생님들이 사과하라고 가르쳤다. 요즘은 그게 안 된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사과하지 말라고 하기 때문이다. 사과하면 잘못을 인정한 셈이어서 학폭위가 열렸을 때 불리하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사과하라고 한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학부모도 있다.

-- 잘못한 것을 말해주지 않으면 아이한테도 바람직한 것은 아닐 텐데.

▲ 그런 점에서 학생 생활기록부도 문제다. 어떤 아이는 수업 시간에 주의가 산만하고, 선생님 지시에 잘 따르지 않은 채 딴짓을 한다. 그게 그 아이에 대한 팩트인데, 생활기록부에는 그렇게 적으면 안 된다. 호기심이 왕성해서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고 해야 한다.

-- 왜 그래야 하나.

▲ 생기부에는 부정적 표현을 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쓰라고 하기 떼문이다. 부정적 내용이 있으면 교장과 교감 선생님이 고치라고 한다. 선생님들 입장에서도 민원 발생 가능성이 있으니 그런 표현을 가능하면 하지 않게 된다.

"지켜주지 못해 너무 죄송해요"

-- 교사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는 교장과 교감 선생님이 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 아동학대 신고자로는 학부모가 가장 많다. 교감과 교장 선생님 등 관리자도 많이 한다. 학생 본인이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 왜 교감과 교장 선생님이 교사를 신고하나.

▲ 자기 진로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신고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면 교감이 교장 되고, 교장은 연임하는 데 문제가 된다고 보는 것이다.

-- 관련 사례가 있나.

▲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학생이 학폭을 당했다고 해서 선생님은 여러 가지로 그 학생에게 도움을 줬다. 그런데 그 학생의 여동생이 어머니한테 그 과정을 잘못 설명했다. 어머니는 그 교사가 아동학대를 했다면서 교감 선생님한테 전화를 걸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그 교감 선생님은 진위를 확인하지도 않고 그 선생님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 교감 선생님은 무슨 근거로 신고했다고 하나.

▲ 교감 선생님은 "학부모가 아동학대 이야기를 꺼냈으면 뭔가 의심할만한 게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 내가 그 이야기를 들은 이상 모른 척할 수 없다. 나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의심 정황도 없는데, 학부모 말만 듣고 무조건 신고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다.

-- 교감 선생님은 교사에게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도 신고한 것인가.

▲ 그 교감 선생님은 해당 교사에게 "선생님은 아무 잘못한 것이 없으니 괜찮을 거야"라고 말했는데, 잘못이 없다고 판단되면 신고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교감 선생님은 더 황당한 말도 했다. "선생님을 아껴서 먼저 신고했다"라고 했다.

-- 담당 교사는 큰 충격을 받았을 듯하다.

▲ 그분은 학부모보다 그 교감에 대해 더 분노했다. 학교의 관리자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 수사 결과는 어떻게 됐나.

▲ 선생님은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경찰, 교육청, 지자체에 끌려다니며 조사를 받아야 했다. 범죄자로서 수사받은 것이다. 이 일은 올해 초에 일어난 일이다. 작년 하반기 서이초 사태 이후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아동복지법 제대로 개정하라"

-- 서이초 사태 이후 학교가 이전보다 나아진 것이 아닌가.

▲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다. 우리 교사노조에는 학부모 때문에 고통받는 교사들이 상담을 요청하는데, 그 건수가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 실제로 고통받는 교사는 상담 건에 비해 훨씬 많을 듯한데.

▲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그 학교에서 몇 년 더 일해야 하는데, 그 학생이나 학부모를 계속 마주쳐야 하므로 그냥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 작년 하반기 초중등교육법에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학대가 아니다'라는 내용이 들어갔는데, 이 조항의 효력은 없나.

▲ 선제적으로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에는 미흡하다. '정당한'이라는 말이 주관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교사의 행위가 정당하지 않은 활동이라고 주장하면서 트집을 잡아 고소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선생님은 잘못이 없더라도 경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본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교육감의 의견 청취가 새로 생겼지만, 학부모의 신고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일부 학부모는 승산 가능성이 없더라도 교사를 괴롭힐 목적으로 신고하기 때문이다.

순직한 대전용산초 선생님의 1주기 추모식에서 교사단체들의 간부들

-- 어떻게 해야 하나.

▲ 가해자의 평소 성향, 그런 행위가 반복됐는지, 한 번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심각성의 정도 등을 감안해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률들이 그런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 그런데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과 복지부 공무원들은 그걸 반대한다.

-- 왜 반대하나.

▲ 아동학대의 범위를 구체화하거나 유형을 나열하면 범죄행위를 하고도 빠져나가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이다.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단서 조항을 단다고 해서 아동학대에서 빠져나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 선생님이 억울하게 모함당할 경우 무고죄로 학부모를 고발하면 안 되나.

▲ 선생님이 도의상 학생이나 학부모를 무고죄로 고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 재판에서 이길 가능성도 거의 없다. 현행법은 아동학대 의심 정황만 있어도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가 "아동학대인 줄 알았다"고 주장하면 무고가 되기 어렵다. 아동학대는 무고죄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아동학대에서 무고죄는 성립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 아동학대처벌법 10조(불이익 금지 조치)는 누구든지 아동학대 범죄 신고자에게 신고 등을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해놨는데, 이 조항 때문인가.

▲ 그렇다. 학부모가 무고성 신고를 해도 교사로서는 대응할 법적 수단이 별로 없다.

연합뉴스와 인터뷰 중인 윤미숙 교사노조연맹 부위원장

-- 작년까지는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교사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직위 해제됐는데, 이제 그런 일은 없나.

▲ 작년까지는 아동학대로 신고되면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했다. 그 방법은 직위를 해제하는 것이었다. 선생님은 월급도 못 받고 집에서 대기해야 했다. 서이초 사태 이후 관련 법령이 개정돼 올해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여전히 학교에 못 나오는 교사가 많다.

-- 왜 학교에 못 나오나.

▲ 선생님이 병가나 연가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아동학대로 의심받는 상황에서 해당 아이를 마주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는 아이로부터 분리되는 것이다.

-- 굳이 아이를 피할 필요가 있나.

▲ 교사의 입장에서도 아이를 마주 보면서 뭔가 말을 하면 문제가 더욱 커질 소지가 있다. 이러니 아이를 피하게 된다. 병가를 마치면 담임을 교체하게 된다. 중고교의 경우 같은 교과안에서 조정을 한다. 예를 들어 2학년 국어를 맡다 1학년 국어로 바꾸는 방식이다.

-- 이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 아동복지법 등 관련 법령을 바꿔서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막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학교 내 불법 촬영 가해자 엄벌하라"

.-- 작년 9월부터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에 대해서는 수업에서 분리할 수 있는 교육부 '분리 생활지도 고시'가 시행되고 있는데, 효과가 있나.

▲ 그 이전에는 문제 학생을 수업에서 분리할 수 없었다. 법적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법률은 아니지만 교육부 고시에 따라 분리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문제 학생을 분리하는 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 왜 그런가.

▲ 그 학생을 교실에서 어디로 보내느냐의 문제가 있다. 교장실에 보내면 교장 선생님이 혼내주면서 교육하는 게 아니라 머리만 쓰다듬어 주니 징벌 효과가 없다. 교장실은 쾌적하니 아이로서는 쉬었다 오는 느낌일 수 있다. 아이들은 교장실에 다녀와서 "잘 쉬었다가 왔다. 교장선생님이랑 재미있었다"라고 한다. 이러니 선생님은 차라리 분리를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 수업 방해 아이를 교무실에 보내면 안 되나.

▲ 교무실에서 혼자 앉아 있으라고 할 수는 없다. 다른 선생님이 별도로 시간을 내서 지도해야 한다. 그러니 아이를 교무실로 보내는 것은 다른 선생님에게 책임을 떠맡기는 셈이 된다. 선생님들로서는 미안한 일이어서 그냥 아이를 교실에 두게 된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 분리 공간, 지도할 선생님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그냥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면 안 된다. 필요한 인력과 공간 지원도 있어야 한다.

-- 교육부는 올해 3월부터 각 학교에 민원 대응팀을 구성해 학부모 민원을 담당하라고 했는데, 잘 운영되고 있나.

▲ 민원 대응팀은 주로 교감과 교장 선생님, 생활지도부장, 교무부장 등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 상당수 교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 민원 대응팀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 왜 그런가.

▲ 교감과 교장 선생님은 자기들이 민원을 맡으면 위험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소극적 모습을 보인다. 교육청은 학교의 민원 대응팀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그걸 확인해서 문제가 있으면 지도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귀찮아서 안 하는 듯하다.

학생인권특별법과 관련해 민주당 김문수 의원실을 항의 방문한 교사노조연맹 간부들

-- 그동안 교사들이 숨진 것에는 법률을 잘못 만든 국회의원들, 역대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 당국, 교장과 교감 선생님 등 관리자들의 책임이 적지 않은데, 이들 중 책임을 지고 사퇴하거나 진정한 사과를 한 사람이 있나.

▲ 그런 사람이 없다. 국회의원들은 법률을 제대로 고쳐야 하는데, 아직도 교사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현실에 맞는 정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현장 교사들의 말을 구색 갖추기 정도로 듣기에 이런 일이 생긴다.

-- 학생인권특별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권리와 의무에 균형이 있어야 한다. 야권 일각이 추진하고 있는 이 법은 학생의 권리만 잔뜩 나열해 놓고, 학생의 책임은 제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에서는 권리와 권리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책임과 의무도 있어야 하는데 그걸 망각하고 있다.

-- 정치권과 교육 당국에 하고 싶은 이야기는.

▲ 지금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 관련 법령에서 시작된다. 국회의원들은 현장 교사들의 말을 정확히 듣고 법률에 반영해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 행정 당국도 그동안 시행한 조치들이 학교에서 잘 작동하는지 점검해서 문제가 있으면 고쳐야 한다. 그것이 당국의 기본적 책무다.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