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위반 증거인멸' 현대중공업 임직원들 2심서 유죄로

연합뉴스 2024-09-27 09:00:32

"향후 공정위 검찰고발 가능성 인식"…1심 무죄→징역형

2018년 8월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공정위 조사에 앞서 주요 자료가 담긴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뒤 회사 엘리베이터로 반출하는 모습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앞두고 하도급법 위반 관련 증거를 인멸하거나 이를 교사한 혐의로 기소된 HD현대중공업(옛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에 대한 1심 무죄 판단을 2심이 유죄로 뒤집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2부(강희석 조은아 곽정한 부장판사)는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기소된 당시 현대중공업 상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A씨의 교사로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기소돼 역시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임직원 B씨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료를 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인멸하며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충분히 규명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초래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업무수행 과정에서 한 행위로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A씨 등은 2018년 7∼8월 공정위의 하도급법 위반 관련 직권조사 등에 대비해 관련 PC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등 형사사건에 쓰일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2021년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를 벌인 공정위는 2019년 회사가 2014∼2018년 사내 하도급업체 약 200곳에 선박·해양플랜트 제조작업 4만8천여건을 위탁하며 하도급 대금 감축을 압박하고, 계약서를 작업 시작 후에야 발급했다고 결론짓고 과징금 208억원과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1심은 증거 인멸 당시 현대중공업의 주된 관심사는 검찰 수사가 아닌 공정위 조사 대비로, 피고인들이 형사사건과 관련한 증거 인멸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했다는 점을 검찰이 증명했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피고인들이 당시 공정위가 하도급법 위반 등 혐의로 현대중공업을 검찰에 고발해 향후 형사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면서도 증거를 없앴다며 유죄로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검찰 조사에서 '공정위 조사로 혐의가 인정될 경우 검찰에 고발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한 진술 등에 주목해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또다른 임직원 C씨에게는 "본인이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었던 지위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료를 인멸한 것으로 증거인멸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1심 무죄를 유지했다.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