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중 “사퇴하겠다”던 이임생 이사, 의미없는 이유 [초점]

스포츠한국 2024-09-27 06:00:00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제가 사퇴하겠습니다.”

국회 현장 질의 과정에서 압박을 이기지 못한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는 “사퇴하겠다”고 했다. 대단한 결단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내년 1월이면 대한축구협호 지도부가 크게 개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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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있었던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현안 질의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80%의 질의가 대한축구협회에 집중됐고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등에 화살이 집중됐다.

홍명보 감독을 최종 면접한 이임생 이사 역시 국회의원들의 질타 대상이었다. 정해성 위원장이 돌연 사임한 이후 그 업무를 그대로 이임생 이사가 맡아 했는데 이것 자체가 제대로 된 절차가 아니었다는 변명할 수 없는 지적, 그리고 이임생 이사가 외국인 감독들은 ‘면접’을 했는데 홍명보 감독에게는 ‘부탁’을 한게 아닌가 하는 의혹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임생 이사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제가 홍명보 감독과 독대했다”고 했지만 그 자리에는 최영일 부회장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위증’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 부회장은 면담 후 이 이사와 함께 홍명보 감독에게 부탁하고 설득하며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아줄 것을 얘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자연스레 대한축구협회가 제출한 PPT 1장짜리 감독 평가서에 홍명보 감독에게는 칭찬일색, 외국인 감독에게는 부정적 평가를 한 것처럼 외국인 감독은 엄격하고 홍 감독에게는 부탁하는 ‘정해놓고 면접’을 했다는 의혹에 불만 지폈다.

게다가 이 이사가 홍 감독의 수락 이후 전력강화위원에게 동의를 받는 연락을 할 때 동의/비동의가 아닌 회유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이임생 이사는 “제 명예가 달린 일”이라며 억울해했고 이 와중에 ‘사퇴하라’는 국회의원의 말에 “제가 말씀대로 사퇴하겠다”고 던졌다.

그러나 이런 사퇴 발언은 큰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 어차피 정몽규 회장이 꾸린 지도부는 내년 1월이면 새롭게 개편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3선 임기는 내년 1월이면 만기다. 실질적으로는 올해 12월이면 끝이다. 상위기관인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이 나서서 정 회장의 4선을 막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4선이 되는건 쉽지 않다. 국민적 여론 역시 매우 좋지 않기에 정 회장의 4선 도전은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지도부 역시 전부 물갈이 될 수밖에 없다. 이임생 이사는 총괄이사라는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데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오면 바뀔 수밖에 없는 위치이기도 하다. 이는 이임생 이사뿐만 아니라 다른 주요직책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새해가 시작되기전에 사임을 발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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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위원장 사임 후 새로운 전력강화위원장으로 최영일 부회장이 취임했지만 남은 3개월여만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어차피 바뀔 가능성이 높은 자리에 있는 이임생 이사가 3개월 정도 일찍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지 계속 할 수 있는데 국회의원의 압박에 못이겨 그 자리를 어쩔수없이 내려놓은 것이라고 보긴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