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성 취향이 뜬다…"내년은 옴니보어의 세상"(종합)

연합뉴스 2024-09-26 00:00:36

내년 소비경향 분석한 '트렌드코리아 2025' 출간

'#아보하' '그라데이션 K'도 주목

서울 시내 다이소 매장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천억 자산가 60대 김 회장은 주말이면 명품매장에 가거나 골프를 치러 가지 않는다. 그는 슬리퍼를 신고 동네에 있는 '다이소'로 향한다. 유튜브에서 소개받은 제품을 실제로 보고 사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에게 천원의 행복은 천만원이 주는 행복보다 때론 소중하다. 그는 이른바 '옴니보어'(Omnivores) 소비자다.

옴니보어는 원래 '잡식성'(雜食性)이라는 의미에서 파생해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다"는 뜻이다. 옴니보어 소비자란 잡식성 소비를 추구하고 다양한 취향을 보유하며 집단보다는 개인 취미에 방점을 두는 사람을 말한다.

매년 다음 한 해의 소비 흐름을 전망해 온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2025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옴니보어'를 제시했다.

또한 아주 보통의 하루(아보하)가 가지는 힘을 의미하는 '#아보하' 현상도 확산하는 한편, 단일민족·단일문화를 넘어 명실상부한 다문화 국가로 진화한다는 의미의 '그라데이션K'가 키워드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5 대한민국 소비트렌드 전망은?

김난도 교수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트렌드코리아 2025'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년 트렌드를 소개했다.

그는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지금의 답답한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경제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며 "이처럼 경기가 지지부진할 때는 작은 것들, 현재지향적인 태도 등이 중요하다. 그런 측면을 키워드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오늘 하루도 특별해!' 전시

'#아보하'는 경기침체의 여파를 가장 잘 드러내는 키워드다. '#아보하'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의미가 변질되면서 나온 대안적 성격이 강하다.

애초 '소확행'은 소소한 소비라는 취지를 담고 있었지만, 작은 사치(스몰 럭셔리)라는 의미로 변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때문이다. 김 교수는 SNS에 줄기차게 올라오는 '소확행' 물품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MZ세대의 행복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보하'는 과시적인 '소확행'과 달리 무탈하고 안온한 하루, 특별한 일 없이 그저 그런 하루에 대한 고마움을 상징한다. 아울러 남에게 과시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매일매일이 전쟁이다. 이런 시국에 오늘 하루 무탈하게 힘껏 살아낸 것만으로도 대견하지 않은가?"(책 160쪽)

낮잠자는 푸바오

아기 시절 판다 푸바오처럼 작고 귀여운 것들이 사랑받는다는 의미의 '무해력', 본체보다 액세서리 같은 토핑이 더 주목받는 '토핑 경제', 여러 목표보단 한가지 목표를 세워 실천하는 자기 계발 패러다임인 '원포인트업'도 경기침체라는 시대적 공기를 담아낸 말이다.

그러나 불경기 속에서도 기술혁신 등 거시적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김 교수는 "경기 침체 속에서 다른 요소들은 크게 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기술이고, 기후다. 이런 거시적인 변화를 반영하는 키워드도 일부 선정했다"고 했다.

기후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한다는 뜻의 '기후 감수성', 기술에 인간의 얼굴을 입히기 위한 움직임을 담은 '페이스테크' 등이 그런 예다.

K팝 댄스 배우는 해외대학생

국내 문화의 거시적 변화를 담은 '그라데이션 K'도 주요 키워드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5%에 육박하면서 한국이 다문화 국가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한 색깔에서 다른 색깔로 서서히 변화하는 '그러데이션' 개념을 사용해 한국적 정체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물성매력'(만질 수 있는 물성에 대한 추구), '공진화 전략'(적과 나를 가리지 않고 공생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전략)도 내년 키워드로 꼽혔다.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