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이차전지 국가핵심기술 카드'…경영권 분쟁 판 흔드나(종합)

연합뉴스 2024-09-26 00:00:27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소재 고순도 니켈 등 정부예산 투입

산업부 이르면 내달까지 '판정' 관측…안보 우려 땐 외국기업 매각 제동 가능

입장 밝히는 이제중 부회장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김동규 기자 = 영풍[000670]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는 고려아연[010130]이 국가핵심기술 신청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면서 경영권 갈등 판도에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고려아연의 희망대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 지정되면 향후 정부가 외국 기업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된다.

정부가 경영권 갈등 상황에 직접적인 관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분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해 특별 관리한다.

정부는 30나노 이하급 D램 기술, 아몰레드(AMOLED·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포함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조선, 원자력 등 분야의 70여건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우선 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인수·합병(M&A)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때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경우도 정부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인수 금지 또는 원상 회복 등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고려아연이 신청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판정하는 산업부의 결정은 이르면 내달 중에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이 전날 산업통상자원부에 판정을 신청한 것은 이차전지 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이다.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로 고려아연이 자회사인 켐코와 공동으로 가진 기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한국의 이차전지 기업들은 그동안 거의 전적으로 중국에 전구체를 비롯한 양극재 소재를 의존했다. 고려아연은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해 국내에서 하이니켈 전구체 대량 양산을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해 고려아연은 올해 하반기부터 정부가 발주한 '2024년도 소재부품 기술개발 사업' 중 '저순도 니켈 산화광 및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 원료 소재 제조 기술개발' 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10개 산학연 기관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정부가 183억6천만원의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며 기관이 부담하는 투자액까지 포함하면 총 239억8천만원 규모다. 연구 기간은 54개월로, 오는 2028년 12월까지다.

한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고려아연이 신청서를 막 낸 상태로 산업부는 신청 서류가 요건에 맞으면 이를 정식으로 접수한 뒤 곧 산업기술보호위원회를 열고 해당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한다"며 "산업기술보호위가 매달 열려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 결정이 빠르게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LG화학과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지었고, 한화와 현대차그룹과는 이차전지 소재 확보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들 대기업은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켐코와는 니켈 제련소 건설에 5천63억원을 투자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니켈이 함유된 고순도 황산니켈을 제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작년 11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고려아연과 계열사 켐코의 '올인원 니켈 제련소' 기공식에 참석하는 등 정부도 이차전지를 안보·전략 자산의 핵심으로 보고, 이차전지 공급망 한 축을 담당하는 고려아연의 역할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