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톺] 첫날부터 힘빠진 '밸류업지수 종목'…차익·실망 매물 교차

연합뉴스 2024-09-26 00:00:26

지수 편입 금융주 일제 하락…KB·하나금융은 미편입에 타격

증권가 "실망스럽다"…'깜짝 편입' 코스닥 중소형주만 선방

기업 밸류업 (PG)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전날 베일을 벗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 상당수가 25일 차익 및 실망 매물 출회로 약세를 보였다.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이자 고배당주로 밸류업 수혜주였던 금융주가 시장 예상보다 적게 편입되면서 약세가 두드러졌다.

밸류업 지수에 속한 9개 금융주가 모두 '마이너스'였다. 신한지주[055550]는 전장 대비 2천900원(-5.14%) 내린 5만3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메리츠금융지주[138040](-0.53%), 우리금융지주[316140](-1.33%), 한국금융지주[071050](-2.17%), 삼성화재[000810](-4.7%), 미래에셋증권[006800](-2.31%), 키움중권(-3.69%), DB손해보험[005830](-6.58%), 현대해상[001450](-1.5%) 등도 일제히 내렸다.

시장 예상과 달리 편입이 불발된 금융주도 타격을 입었다.

금융 대장주로 밸류업 지수에서 빠진 KB금융[105560]은 전장 대비 3천900원(-4.76%) 내린 7만8천100원에 마감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3.19%), 삼성생명[032830](-4.49%)도 약세였다.

밸류업 지수 종목은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됐다. 밸류업 지수는 오는 30일부터 도입된다.

그러나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삼성생명은 전날에도 각각 3.53%, 3.40%, 0.61% 내린 데 대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보가 샌 것 아니냐는 일부 의구심도 제기됐다.

연합인포맥스 집계에 따르면 전날 기관 투자자의 순매도 1위, 2위, 4위 종목은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삼성생명이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는 실망스럽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며 "특히 밸류업 기대감이 다수 유입됐던 금융업종 약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정 종목들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에 확산하면서 편입 종목들은 지수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론에 차익 실현이 이뤄졌고, 편입되지 않은 종목은 실망감이 유입되면서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짚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과 달리 고PBR, 고ROE(자기자본이익률) 종목이 선정됐고, 배당·가치·주주환원에 대한 평가는 낮아져 아쉬움이 남는다"며 "단기적으로 밸류업 수혜주에 대한 실망 매물이 우려된다"고 평가했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대형주도 이날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005930](-1.58%), 현대차[005380](-0.59%), 셀트리온[068270](-2.68%), 기아[000270](-0.96%), HD현대일렉트릭[267260](-0.80%), 포스코인터내셔널(-1.95%), 현대글로비스[086280](-2.09%), 대한항공[003490](-0.22%), LG이노텍[011070](-1.32%) 등이 일제히 내렸다.

SK하이닉스[000660](1.10%)와 한미반도체[042700](0.95%)는 올랐지만, 밸류업 지수 편입 효과보다는 간밤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에 퍼진 실망감에 장중 밸류업 관련 종목 주가가 빠지면서 코스피 지수도 하락 전환했다. 코스피 지수는 21.03포인트(0.80%) 오른 2,652.71로 출발했지만, 장중 2,600선을 내주면서 35.36포인트(1.34%) 내린 2,596.32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기대치가 적었던 코스닥 편입 종목은 '깜짝 효과'에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골프존[215000](2.06%), 두산테스나[131970](2.04%),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12.04%), 메가스터디교육[215200](1.74%), 다우데이타[032190](7.16%), 솔브레인[357780](2.05%) 등이 상승세를 탔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외로 코스닥 종목이 대거 포함되면서 중소형주 중심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그래픽]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요

금융주 등 밸류업 수혜주가 단기적으로 하락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해 긍정적 추세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지속될 전망으로 실망은 이르다"며 "기업가치 회복에 적극적이었던 금융사들은 2025년 6월 지수 리밸런싱 시기 편입을 목표로 PBR 및 ROE 제고를 위한 적극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dh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