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독대' 필요성 피력할수록 드러나는 '수직 관계'

데일리한국 2024-09-25 16:43:07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2024.9.24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만찬 뒤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 대통령실 참모진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2024.9.24 사진=대통령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5일 "대통령님과 중요한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필요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 필요성을 거듭 피력했다. 사실상 집권여당의 정국 운영 방향성을 정할 기회가 윤 대통령의 독대 수용 여부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수직적 당정 관계'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단 평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과의 만찬에 대해 "중요한 현안 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렸고 그 필요성이 여전히 있지 않겠나"라며 "현안 관련 이야기가 나올만한 자리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독대 요청을 둘러싼 '당정 갈등' 우려가 나오는 것을 두고는 "정치는 민생을 위해 대화하고 좋은 해답을 찾는 과정"이라며 "그렇게 해석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만찬 성과에 대해선 "저녁을 먹은 것"이라며 "소통의 과정으로 길게 봐달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어제 독대 요청 이후 (대통령실의) 응답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조금 기다려보시죠"라고 답했다. 

◇ 尹 앞에선 눈치보고 뒤에선 "껄끄러운 말도 들으라"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 회동에서 핵심 현안을 논의할 독대는커녕 한 대표의 발언 기회조차 없었던 것을 두고 친한동훈계에선 볼멘소리가 공개 표출되고 있다. 당 지도부의 인사말 순서까지 배제되면서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성과'에 장단만 맞추고 왔다는 전언이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문자와 의정 갈등 등 핵심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전달할 기회를 차단하면서 한 대표는 거듭 독대를 요청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의 목소리는 엇갈린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대통령이 여당 대표를 만나는 게 무슨 시혜를 베푸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참모들, 본인이 임명하신 분들의 얘기만 들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인에게 좀 껄끄러운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나 정치인들 얘기도 들으셔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한 대표가 전날 만찬에 일찍 도착한 이유에 대해서도 "혹시라도 대통령께서 좀 일찍 오셔서 ‘한 대표 나하고 잠깐 얘기합시다’ 이런 상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대는 끝내 불발됐다. 한 대표는 만찬이 끝난 직후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현안을 논의할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도 SBS라디오에서 "보통 그런 자리면 당대표가 인사 말씀하고 원내대표도 인사 말씀을 한다. 민심도 전달하거나 하시고 싶은 말씀을 하실 수 있었을 텐데 어제는 그런 기회 없이 곧바로 식사했기 때문에 현안에 대해 논의할 기회는 따로 없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친윤계 김재원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대표가 대통령을 마주 보고 (현안) 이야기를 꺼낼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말도 못 하게 막는 분위기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발언을 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한 대표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 거 아니냐"고도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한 대표가) 시중의 여론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대통령이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를 공개적으로 만들어 놓는 것"이라며 "(한 대표가) 어떻게든 상당히 어려운 국면으로 대통령을 자꾸 궁지에 몰아넣는 거라고 대통령실은 생각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둘러싼 여권 내 소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선 수직적 당정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건들지 않으면서 민심을 전달할 방법을 찾다 보니 '독대'라는 우회로를 찾게 되는 것부터가 문제라는 것이다. 

당정이 한자리에 모인 만찬 자리가 허심탄회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는 '불편한 자리'가 된 것 역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수직 관계에서부터 기인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