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전문의 "오픈런 해소하려면 '권역별 협력체계' 필수"

연합뉴스 2024-09-25 15:00:34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 '선택과 집중' 기반 지원 강조

"2차 병원이 중증도 분류하는 '트리아지' 역할 할 수 있도록 지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진료를 받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줄을 서는 '소아과 오픈런'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아 진료를 위한 권역별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이 제시됐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25일 '소아과 오픈런의 진실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아카데미 연사로 참여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아이들의료재단은 서울 구로와 성북에 보건복지부 지정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인 우리아이들병원을 각각 운영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병원급 의료기관 중 특정 질환이나 진료과목에 대해 고난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하는데,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은 우리아이들병원이 유일하다.

정 이사장은 "오픈런을 없애려면 현재 진행 중인 소아진료 지역협력체계 시범사업이 중요하다"며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소아 환자들이 의원부터 병원까지 적절한 곳에서 치료받을 수 있게끔 지역 내 협력체계를 만들면 각 병원에서도 로딩이 상당히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중등증 이상의 소아 환자 발생 시 각 질환의 특성에 따라 지역 내 전문병원 등에 연계할 수 있다면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의 과부하를 막는 동시에, 환자도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아이들병원이 추석 연휴 휴진하지 않고 휴일 진료를 이어갔던 이유 역시 경증이나 중등증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응급실로 쏠려,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

권역 안에서 경증 환자를 보는 의원부터 수술을 맡는 병원까지 협력함으로써 소아 환자 진료에 빈틈없는 체계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복지부는 지난 8월부터 지역 내 소아진료 협력체계를 구축해 중등증 이상의 소아 환자가 발생할 경우 협력체계 내 병의원 간 원활한 연계를 통해 적기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소아과 오픈런'을 해소하는 동시에 소아 환자가 빠르게 적절한 종별 의료기관에서 치료받기 위해서는 '2차 병원'이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는 '트리아지(triage)'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정 이사장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 환자 중심으로 진료하는 게 맞지만, 문제는 환자나 보호자가 스스로 중증인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차 병원에서 환자가 의원에 가는 것만으로 충분한지 여기서 입원해야 하는지, 아니면 3차 병원으로 신속히 전원해야 하는지 등 중증도를 분류하는 역할을 해야 하고, 정부에서도 2차 병원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권역별 진료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