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트랜스젠더 강제 입원·전기치료' 병원 상대 소송 제기

연합뉴스 2024-09-25 13:00:44

병원 "부모 동의 있었으니 치료 문제 없어" 주장

친황다오 제5병원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생물학적 남성)이 자신에게 강제 '전기 치료'를 시행한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5일 펑파이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중국 북부 허베이성에 사는 링얼(27·가명)이 친황다오시 제5병원을 상대로 8만위안(약 1천500만원)을 청구한 소송이 지난달 개시됐다.

링얼은 2022년 7월 부모에 의해 정신과에 입원당한 뒤 '불안 장애 및 성적 지향 자기 부조화'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후 병원에서 97일 동안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전기자극치료(MECT)를 받았다.

병원 의료진은 입원 당일 링얼이 '입원 교육'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뛰쳐나가려 하자 끈 3개로 침대에 결박했다. 링얼은 '치료'에 협조하기로 한 뒤에야 풀려났다.

MECT는 마취 주사를 맞은 뒤 10㎡ 남짓한 공간에서 이뤄졌다고 링얼은 밝혔다. 팔다리가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의사가 버튼을 누르자 전류가 느껴졌고 이내 기절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링얼의 성적 지향은 입원 기간이 끝난 뒤로도 변화가 없었고, 가족이 받아들이지 않아 바깥을 떠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펑파이는 전했다.

병원 측은 가족 사전 동의가 있었기 때문에 입원과 치료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의료기관을 찾아 정신 장애 진단을 하는 것 외에도 정신 장애로 의심되는 환자의 근친이 환자를 의료기관에 보내 정신 장애 진단을 할 수 있다"는 중국 정신위생법 규정도 근거로 들었다.

병원 측은 링얼이 입원한 시점에 작성한 '비자발적 입원 치료 고지서'에서 "링얼의 상황은 타인의 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어 '정신위생법'에 부합하고, 응당 입원 치료를 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링얼이 입원한 뒤 처음 작성된 간호 위험 평가표에서는 링얼에게 공격 행위나 자해 행위가 나타나지 않고 정서 상태 역시 낮다(안정적이다)는 내용이 들어갔다고 펑파이는 전했다.

이에 링얼의 법률대리인은 폭력적 성향이나 자살 행위, 사회적 위해 가능성이 없었으며 민사적 책임 능력도 완전히 갖춘 링얼에게는 자신의 입원 결정권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링얼의 상태를 '장애'로 진단한 병원 주치의는 재판이 시작된 지난달 "(링얼의) 부모가 이것 때문에 자살한다면 사회 치안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펑파이는 설명했다.

중국 의료계는 2019년 개정해 적용하고 있는 '전기 쇼크 치료 전문가 컨센서스'에서 '정서 불안'과 '행동 충동'을 MECT 대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 '불안 장애 등 기타 정신 장애인이 약물 치료로 효과가 없거나 받아들이지 못할 때'는 치료 대상으로 언급하고 있다고 펑파이는 전했다.

x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