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밸류업 지수, 균형감 있지만…주주환원 반영 아쉬워"

연합뉴스 2024-09-25 09:00:31

"특별할 게 없다" 평가도…결국 추종 자금 규모가 관건

KB금융·하나금융 등 굵직한 은행주 제외에 "더 적극적 주주환원 필요해져"

한국거래소,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밸류업 지수)와 관련, 25일 증권가는 주주환원이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봤던 시장 예상과 달리 종합적인 고려가 담긴 지수라고 평가하면서도 밸류업 지수만의 차별성에는 의문을 표했다.

은행주를 비롯해 지수 구성이 기존 전망과 다소 다르다는 점에서 주가 변동성도 상당히 나타날 것으로 봤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정치가 아닌 과거 재무지표를 기반으로 선정했다는 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낮은 기업이 아닌 높은 기업이 선정됐다는 점, 코스닥 기업의 비중이 예상보다 높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재무지표와 주가를 개선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과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 규모가 향후 지수 영향력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민섭 DS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IT 업종에 다소 몰려있고 업종마다 밸류에이션 지표의 편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산업군내 상대평가를 적용, 지수를 균형감 있게 구성했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라면서도 "체계적으로 구성했지만 일반 국내 대표 지수와 비교해 특별한 점이 크게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짚었다.

이어 "지수 흥행 여부는 기업들의 참여도에 달려 있다"며 "투자자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인센티브와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총 주주환원율(TSR) 관점에서 배당수익률이나 자사주 매입/소각률 수준은 평가되지 않고 실시 여부만 체크되는 점은 아쉽다"며 "특례편입 요건은 이후 공시기업이 확대될 경우 주주환원 본연의 지수 신설 목적이 왜곡될 수 있는 소지가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지수 구성 종목이 산업군별로 배분된 데 대해서도 "주주환원의 본래 취지와 다르고 지수 밸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15% 캡 적용으로 SK하이닉스[000660] 등이 코스피200 대비 높은 수준으로 비중이 증가하고 관련 익스포져가 확대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한편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성장 요소가 부각됐고 '기업가치 성장'과 '주주환원'을 균형적으로 고려하기 위한 질적 요건이 더해졌다"며 "밸류업 지수는 성장주 스타일의 성격을 보이리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다"고 했다.

노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시계(視界)는 짧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의 장기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 자본효율성 제고는 필요조건이며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주환원을 통한 주가 상승에서 더 나아가 민간발 구조조정, 유휴자산 효율화로 발전해야 한다. 지수 발표는 장기 정책 프로그램의 초입 이벤트"라고 강조했다.

기업 밸류업 (PG)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구성에서 배당 성향과 ROE를 크게 고려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이 높더라도 주주환원과 수익성이 좋다면 밸류업 방향성에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이는 개별종목 투자에 있어서도 선호되는 기준으로 밸류업 지수 도입과 관련 상품 출시시 유동성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밸류업 지수 구성에 그간 시장에서 많은 기대를 받았던 KB금융[105560]과 하나금융지주[086790]가 제외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박혜진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의외로 굵직한 금융사가 제외되고 예상도 못한 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며 "주주환원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상당히 종합적인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수익성, 자본효율성, 주주환원율 등을 고려한 지수에 편입될 만한 웬만한 금융사에 대한 기대감이 연초부터 꾸준히 반영돼온 만큼 지수 출시로 주가 상승보다는 단기적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과가 예상과 달랐던 가장 큰 이유는 시장 평가 기준인 주가순자산비율(PBR) 요건 미충족인데, 은행주는 작년까지 매우 부진했던 주가가 올해부터 조금씩 개선되는 상황이어서 최근 2년 평균 PBR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다"며 "미편입된 종목은 시장 눈높이에 부합하는 밸류업 공시와 더불어 낮은 PBR을 개선시키기 위해 기존보다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김대준 연구원은 "펀더멘털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며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지 못했다고 해서 관심대상에서 완전히 배제할 필요는 없다"며 "오히려 이벤트로 인한 단기 하락은 투자 측면에서 가격 메리트를 높여주는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cho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