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꺼내는 2030...고금리·고물가로 합리적 소비 확산

데일리한국 2024-09-25 06:44:13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고금리, 고물가로 인한 국내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합리적인 소비, 계획적인 지출을 원하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체크카드 이용이 늘고 있다. 그간 체크카드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지만 신용카드를 덜 쓰고 체크카드를 더 쓰려는 경향이 이어지면서 발급 수 역시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요노(YONO·You Only Need One·필요한 것은 하나뿐)' 트렌드에 따라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는 젊은 층이 증가한다는 점도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의 체크카드 발급 수는 6236만9000장으로 전년동기(6144만1000장) 대비 92만8000장 증가했다. 같은 기간 체크카드 이용액도 27조932억원에서 27조5537억원으로 약 4605억원가량 증가했다.

이에 앞서 체크카드 발급량은 2016년 6788만5000장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17년 6741만9000장 △2018년 6656만4000장 △2019년 6603만6000장 △2020년 6574만9000장 △2021년 6265만4000장 △2022년 6127만6000장 △2023년 6129만7000장으로 감소세에 들어섰지만 올 2분기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반면 신용카드 이용은 줄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통계청 '빅데이터 활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3~9일 국내 신용카드 이용 금액은 1년 전보다 0.8%(12주 이동평균)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1년 첫째 주 이후 줄곧 하락하는 추세다.

특히 올 4월에는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를 기록한 뒤 이후부터는 증가율이 최대 1%대에 그치고 있는 상태다. 20대 이하의 신용카드 이용 금액이 전년동기 대비 9% 감소하며 눈에 띄게 떨어졌다. 청년층이 지갑을 닫은 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소득 흐름이 안정적이지 않은 20대 이하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소비를 더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한카드가 작년에 출시한 '원피스' 체크카드. 사진=신한카드. 신한카드가 작년에 출시한 '원피스' 체크카드. 사진=신한카드.

◇ 똑똑한 소비자들의 선택받고 있는 체크카드

업계에선 체크카드 사용량이 증가한 이유에 대해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시름하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과도한 소비를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과소비 우려가 있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통해 버는 만큼 소비하자는 사회적 풍토가 늘어났다는 얘기다.

특히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확산 중인 '요노' 트렌드도 이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요노'는 지난 2010년부터 약 10년간 유행했던 '욜로(YOLO·You Live Only Once·인생은 한 번 뿐)'에 반대되는 트렌드로 현재의 모든 소비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심사숙고해서 반드시 필요한 소비만 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개념이다.

또 매년 연말정산을 진행할 때 체크카드 소득공제율(30%)이 신용카드(15%)보다 높다는 점 역시 체크카드 사용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와 더불어 신용카드의 부가서비스가 축소되고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서비스도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은 연이어 체크카드로 눈을 돌렸다.

카드사들이 해외여행 특화 카드를 잇따라 출시한 점도 체크카드 발급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하나카드의 경우 올해 2분기 카드 발급 수가 1215만3000장으로 전년동기(1140만5000장) 대비 74만8000장 증가하며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신한카드 역시 2월 출시한 '쏠(SOL) 트래블 체크카드'에 힘입어 체크카드 발급 수가 2060만4000장에서 2097만6000장으로 37만장 늘었다.

카드사 관계자는 "체크카드는 발급 자체도 어렵지 않고 사용하면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2030세대의 선택을 받고 있다"며 "카드사 역시 체크카드 혜택을 조금씩 늘리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신용카드보다 발급이 손쉬운 체크카드가 늘면서 휴면카드 증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2분기 8개 전업 카드업계의 휴면카드는 1487만7000매로 전 분기 대비 45만3000매 늘었다.

개인 신용카드 발급장수와 비교했을 때 휴면 신용카드는 약 0.01%에 불과하지만 휴면카드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원과 비용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가 통장만 만들어도 발급받을 수 있는 등 비교적 쉽게 개설할 수 있다 보니 만들고 사용하지 않는 휴면카드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휴면카드의 재사용을 위한 카드사의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