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임생, 전강위원 사후 회유 시도 논란…집중 질의에 결국 사퇴(종합)

연합뉴스 2024-09-25 01:00:32

홍명보 선임 다음 날 전강위원에 '기자에게 동의했다고 해달라' 카톡 요청

민형배 의원 "정몽규, 정말 허술…임원 다 갈거나 스스로 물러나야"

이임생 "내 명예 달린 일…동의받았고 통화도 했다"며 전격 사퇴

이임생 축구협회 기술이사와 전력강화위원 A씨의 카톡 대화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이의진 기자 =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이 기술이사는 분명히 동의받았다고 강변하고, 울먹이며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형배(광주 광산을)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열린 축구협회에 대한 현안 질의에서 이 기술이사와 한 전력강화위원 간 카카오톡 캡처 이미지를 자료로 제시했다.

문제의 카카오톡 대화는 축구협회가 홍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다음 날인 7월 8일 밤 이뤄진 것이다.

이 대화에서 이 기술이사는 "XX기자에게 제가 최종 결정 하겠다고 전화드리고 동의받은 부분만 컨펌해 주면 됩니다"라고 전력강화위원 A씨에게 요청한다.

그러자 A씨는 6분 뒤 "저는 제외하고 진행해주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정몽규, 홍명보, 이임생

이는 홍 감독과 면담하기 전 다섯 명의 전력강화위원들로부터 '최종 결정에 대한 위임'을 받았다는 이 기술이사의 주장과 일견 배치되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 기술이사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홍명보, 거스 포예트, 다비드 바그너 3명의 최종 후보를 추린 뒤 갑작스럽게 물러나자, 그 대신 감독 선임 작업을 이끌었다.

이 기술이사는 곧바로 유럽으로 가 7월 3일 스페인, 독일에서 외국인 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진행했고, 그 뒤 한국으로 돌아와 같은 달 5일 홍 감독을 만났다.

이 기술이사는 홍 감독을 만나기 전 다섯 명의 전력강화위원들에게 동의를 구했다고 기자회견 등을 통해 설명해왔다.

국회 출석한 홍명보-이임생

그러나 민 의원이 제시한 카톡 이미지를 보면, A씨는 '최종 결정에 대한 위임'을 했음을 기자에게 확인해 주라는 이 기술이사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기술이사가 전력강화위원들로부터 제대로 위임받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하는 부분이다.

민 의원이 "다섯 명에게 모두 동의받았느냐"고 묻자 머뭇거리던 이 기술위원은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유선상으로요?"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민 의원은 "(동의받았다면서) 왜 저렇게 동의해 달라고 하나? 이분(A씨)은 내가 물어봤더니, 당신에게(이)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더라"라면서 "왜 그렇게 회유하려고 했나?"라고 말했다.

대화하는 홍명보-이임생

전력강화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이날 참고인으로 참석한 박주호 해설위원은 이 기술이사에게 동의를 해줬는지를 묻는 민 의원의 말에 "(이 기술이사와) 전화 통화를 한 1분가량 한 것으로 기억한다. 동의를 구하는 이야기는 나눴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통보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이 기술이사는 자신이 각 위원들로부터 분명히 위임을 받았으며, A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는 '회유'가 아니라 자신에게 위임한 것을 기자에게 확인해주라는 뜻에 불과하다고 거듭해서 해명했다.

민 의원의 질타가 이어지자 이 기술이사는 울먹이며 갑작스러운 '사퇴 발표'를 했다.

이 기술이사는 "내가 사퇴하겠다"면서 "이건 내 명예가 걸린 일이라 꼭 말씀드리겠다. 내가 (감독을) 결정하게끔 부탁을 드려서 동의를 다섯 분으로부터 다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주호 위원은 아까 1분이라고 했지만 내가 2분 44초를 통화했다. 내가 사퇴하겠다. 하지만, 내가 통화를 안 하고 동의를 안 받은 것은 절대 동의 못 하겠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향해 "정말 허술하게 일하셨다. 임원들 다 갈아치우거나 회장님이 물러나거나, 둘 중 하나를 해야 '정몽규 아웃' 이런 구호가 안 나올 것 같다"고 질타했다.

정 회장은 "잘못된 게 있으면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