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갈등' 스피커의 진원지는 '측근들'…독대 필요한 이유"

데일리한국 2024-09-24 17:28:59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충남 서천군 서천읍 서천특화시장 화재 현장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나 함께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이를 둘러싼 무성한 여권 내 '뒷말'들이 결국 두 사람 사이의 기류를 바꿔놓았다는 평이 나온다. 말이 남긴 작은 불씨들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전면전으로 확산하는 형국이다. 계파 간 집안싸움으로 당정 공멸의 길에 들어선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한동훈 지도부는 24일 윤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찬 회동을 한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요청한 '독대'는 불발됐다.

집권여당 대표의 독대 '요청'과 대통령의 '거절' 과정이 여과 없이 보도되면서 윤·한 갈등설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독대 요청이 사전에 공개적으로 보도된 데 대해 윤 대통령의 불쾌감이 적지 않았다는 해석도 나왔다. 

당정 만찬과 관련한 두 사람의 불화설은 이달에만 벌써 두 번째 흘러나왔다. 지난 9일 새벽 윤 대통령이 한 대표를 제외한 국민의힘 일부 최고위원 등과 대통령 관저에서 만찬한 사실이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한동훈 신임 지도부와의 만찬을 '추석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한 직후였다는 점에서 당시 '당대표 패싱' 논란을 낳았다.

친한계는 당시 한 대표를 빼고 만찬을 가졌다는 사실보다 '반나절 만에 언론에 공개된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언론에 흘려 한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흠집'을 내려했다는 것이다.

최근 한 대표의 독대 요청 보도를 둘러싼 친윤계의 비판과 유사한 논리다. 한 대표 측에서 사전 조율 없이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흘려 윤 대통령의 이번 체코 순방 '성과'가 묻히는 요인이 됐을뿐더러 당정 간 불통을 인정하는 꼴이 됐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한 대표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기 정치'를 한다며 강하게 문제 삼았다.

◇ 尹·韓 갈등설의 증폭 배경은?

그간 윤·한 갈등설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것은 '측근'들로 불리는 관계자들의 말이었다. "측근을 빙자해 의중을 반영한 듯한 메시지를 통해 개인의 정치적 이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한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에게 어느 때보다 독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두 사람 사이 가타부타 해석이 붙으면서 의도치 않은 오해가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만찬 회동을 앞둔 이날 자신을 향한 친윤계의 날 선 비판에 정면 응수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당 대표가 대통령에게 독대 요청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흠집 내기나 모욕 주기로 생각되느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친윤계 반응의) 언론 보도를 보면 이해되지 않는다"고도 했다. 독대 요청을 사전노출한 바 없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한 대표는 독대를 통해 여러 현안 중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의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한 정부의 기조 변화 등을 건의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 집안 싸움에 '빈손 회동'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화일보 주최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인사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2024.8.27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문화일보 주최로 열린 문화미래리포트2024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인사 뒤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2024.8.27 사진=연합뉴스 

당 안팎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최근 지지율 동반 하락세를 보이는 당정이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반전 모멘텀이 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제기됐다. '의정 갈등' 장기화 국면의 출구전략을 모색할 것이란 기대감이 모였지만 독대 불발과 함께 '빈손 회동'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당장 의정 갈등의 해법을 찾아야 할 당정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 자체가 책임 방기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관망하고 있는 민주당도 이번 만찬을 의정 갈등의 분기점으로 못 박고 '빈손 회동' 가능성에 대한 공세 포석을 깔고 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가하게 '독대 신경전'이나 벌일 때냐"며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유치한 자존심 싸움에 국민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된 만찬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