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즈볼라도 전쟁준비 해왔다…소모전 펼칠 무기 충분

연합뉴스 2024-09-24 17:00:34

"로켓·미사일만 15만발…신형 휴대용 대전차 유도탄도 위협적"

가자전쟁 발발하자 이란서 무기 밀반입하며 전쟁 준비 박차

"레바논 남부는 벌집…이란 가진 무기는 다 가졌다"

이스라엘을 향해 날아오르는 헤즈볼라의 로켓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을 지닌 비국가 준군사조직'이란 평판을 지닌 헤즈볼라의 군사적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레바논 내전 당시였던 1983년 이란의 지원을 받아 창설된 민병대에서 출발한 헤즈볼라는 지금은 레바논 의회 128석 중 14석을 보유한 시아파 이슬람 정파로 성장했다.

하지만 내전이 끝난 뒤에도 대이스라엘 항전을 이유로 무장을 해제하지 않았고, 이제는 레바논 정규군을 넘어서는 수준의 병력과 화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헤즈볼라 내부 사정에 밝은 레바논 출신 분석가 카셈 카시르는 작년 10월 7일 가자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헤즈볼라가 보유하고 있던 로켓과 미사일의 수가 15만발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과 서방 정보기관의 추산치와도 대체로 일치하는 규모다.

군사 전문가들은 헤즈볼라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의 전술을 모방해 일시에 수백기의 로켓과 미사일, 자폭 무인기(드론)를 퍼붓는 방식으로 이스라엘 방공망을 뚫고 군기지와 항만, 전력망 등을 타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2006년에도 한 차례 이스라엘과 전쟁을 치렀던 헤즈볼라는 이후 이란의 지원을 받아 장사정 미사일 등의 수를 대폭 늘리면서 기존에 갖고 있던 로켓과 미사일을 유도탄으로 개량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베이루트 교외에 배치된 레바논군 병사의 모습

최근에는 이스라엘제 휴대용 대전차 유도미사일 '스파이크'를 이란이 역설계해 만든 것으로 알려진 '알마스'(Almas) 대전차 미사일과 신형 자폭 드론을 도입하는 등 질적으로도 전력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 사건을 계기로 1만명의 병력을 동원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치렀으나, 헤즈볼라의 게릴라 전술에 휘말려 심각한 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대전차 로켓을 활용한 게릴라 전술로 인한 피해가 컸는데, 이제는 헤즈볼라가 유도 기능을 갖춘 알마스 미사일까지 갖게 되면서 이스라엘군 탱크와 장갑차가 더욱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 5월 이스라엘군의 고고도 레이더 비행선이 공격받는 등 헤즈볼라의 드론 운용 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점이나, 전면전 발발시 주된 전장이 될 레바논 남부 일대에 헤즈볼라가 방대한 규모의 땅굴 네트워크를 구축해 놓았다는 점도 이스라엘이 일방적 승리를 거두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이스라엘은 비슷한 환경인 가자지구에서 1년 가까이 전쟁을 치르고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뿌리 뽑지 못했다.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한 이스라엘 북부

헤즈볼라 역시 이스라엘과 정면대결을 벌이는 대신 끝없는 소모전과 진흙탕 싸움으로 장기전을 벌이기 어렵다는 약점을 지닌 이스라엘군을 공략하려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헤즈볼라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가자전쟁 발발 이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대비해 병력과 무기를 재배치하고 이란으로부터 대량의 무기를 밀반입했다고 귀띔했다.

한때 헤즈볼라 군사조직에서 간부로 활동했던 한 소식통은 "지금 (레바논) 남부는 벌집과도 같다"면서 "우리는 이란이 가진 것이라면 모두 다 갖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최근 수일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등지를 폭격하며 헤즈볼라를 일방적으로 유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양측간에 지상전이 벌어진다면 다른 이야기가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