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원전시장 활성화에 ‘기대감’

스포츠한국 2024-09-24 16:24:08
경북 울진군 북면의 신한울 원전 전경 ⓒ스포츠한국DB 경북 울진군 북면의 신한울 원전 전경 ⓒ스포츠한국DB

[스포츠한국 홍여정 기자] 국내 건설사들이 글로벌 원전시장 공략을 위한 담금질에 한창이다. 최근 체코 원전 건설 사업에 대우건설이 속한 팀코리아가 사실상 수주에 성공하면서 향후 K-원전 수출 확대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탄소중립을 목표로 탈원전 기조를 내세웠던 유럽 국가들이 속속 원전 활용으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향후 시장 전망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원전시장은 일감 확보에 목마른 국내 건설사들의 미래 먹거리가 될 전망이다.

멈춰진 ‘탈원전’ 기조...다시 주목받는 '원자력'

24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주요 국가들은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주목하고 있다. AI 등 첨단 기술 발달로 전력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023년 원자력을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분류했고, 올 초에는 원전을 탄소 중립 기술에 포함시킨 바 있다. 현재 네덜란드·체코·스위스·프랑스·폴란드·영국 등이 원전 도입을 검토하고 있거나 추진 중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전 세계 원전 용량을 2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계 각국의 친원전 정책기조 변화에 따라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원자력협회는 글로벌 원전 시장 규모가 2035년 약 1653조원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도 원전 생태계 복원을 핵심 국정과제로 정하고 지원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직후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전 생태계 정상화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 13일에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허가도 이뤄졌다. 이는 2016년 새울 3·4호기 건설 허가 이후 8년 3개월 만이다.

건설업계 수주 낭보…유럽 시장 기대감 커져

원전 시장 회복은 약 15년 만의 수주 낭보로 이어졌다. 한국수력원자력을 주축으로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한전연료, 한전KPS가 뭉친 ‘팀포리아’는 지난 7월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현장은 체코 정부 추산 24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최종 계약은 내년 3월이다.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카라 원전 이후 두 번째로 당시 시공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맡았다.

이에 앞서 올 초에는 현대건설이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에 대형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입찰전자격심사(PQ)를 단독으로 통과했다. 정부가 폴란드, 네덜란드 등과 원전 분야 협력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추후 원전 수주 소식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건설사 원전 시장 공략 준비

국내 주요 대형 건설사들은 유럽을 핵심 지역으로 삼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조직개편, 인재확보 등을 통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한다.

현대건설은 대형원전을 비롯해 소형모듈원전(SMR), 원전해채, 사용 후 핵 연료처리, 원자력 발전 활용 수소 생산 등 원전 산업 전 분야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플랜트사업본부 산하 뉴에너지 사업부를 독립시키고 대형원전과 SMR 설계 및 수행 등 사업전반을 담당하는 원자력사업실을 구축했다.

대우건설은 1991년 국내 유일의 중수로형 원자력 발전소인 월성 3·4호기 주설비 공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30여개의 원자력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현재 가동 중 원전과 신규 원전 건설 및 월성1호기 해체에 대한 설계 수행을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 사업 강화를 위해 조직개편도 진행했다. 플랜트사업부 산하 원자력 조직을 '2팀+2태스크포스(TF)'에서 '5팀+1반' 체제로 확대했다. 해외원자력팀, 국내원자력팀, 원자력수행팀, SMR(소형모듈원자로)팀, 원자력설계팀, 체코원전준비반 등으로 구성했다.

GS건설은 원자력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2년 발족한 'RIF Tech(Research Institute for Future Technology)’ 산하에 소형원전 Lab을 신설했다. 최근에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기술 분석 및 SMR 기술개발과제 수행을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은 대형 원전과 SMR·사업 개발·영업·수행 등 원자력 조직을 세분화해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박사급 원전 전문가를 영입하며 기술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은 SMR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SMR 설계 전문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7000만달러를 투자하고 협업중이다. 현재 미국의 플로어·뉴스케일·사전트 앤 룬디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 3개사와 루마니아 SMR 사업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루마니아 SMR 사업은 도이세슈티 지역에 위치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를 462MW 규모의 SMR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사업은 기존 수주 경험이 있는 건설사들 위주로 기대감이 클 것”이라며 “그 외 건설사들은 최근 트렌드인 SMR 시장 공략에 초점을 두고 기술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